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완성차업계 중고차 진출에 철벽 친 매매업계 "신차판매권 내놔"


입력 2021.08.31 16:47 수정 2021.08.31 16:4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 중고차시장 개방 합의 사실상 무산

취급 범위 기준 두고 이견…중고차업계 "개인거래 제외" 요구

소비자-완성차 직거래 제한…중고차시장 진출 의미 없어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기존 중고차 시장의 폐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이 사실상 무산됐다.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규모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사업 방식조차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막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버티기 전략’ 때문이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거래량만큼 신차판매권을 중고차 업계에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더해지며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기 힘들게 됐다.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진 중고차 사기범에 의한 소비자 피해도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31일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의 그간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지난 2월 매매업계 불참으로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에 실패한 뒤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진 협의체다.


협의회는 당초 이달 말까지 최종 합의안을 내놓고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합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발표된 합의 내용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참여 비율을 10%로 제한하되, 올해 3%를 시작으로 내년 5%, 2023년 7%, 2024년 1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식이 전부였다.


하지만 비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차량 거래대수와 매집방식 피해 중고차판매업계에 대한 지원대책 등에서 이견이 커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중고차 매매 단체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차‧기아의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각종 족쇄를 채우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했다.


완성차 취급 물량 10% 제한, 개인 직거래 매물 제외하면 달랑 13만대


일단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참여 비율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그 기준이 되는 차량 거래대수는 전체 시장 규모인 250만대(지난해 기준)가 아닌 사업자 거래 매물 기준인 130만대 규모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개인 간 직거래 매물 120만대는 취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완성차 업계가 연간 취급할 수 있는 중고차 거래대수는 13만대로 축소된다.


완성차 업계는 당초 전체 중고차 거래 대수(250만대)의 10%가 사업성이 있는 최소한의 규모로 산정한 숫자인 만큼 그걸 절반으로 줄인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15%였던 요구안을 그나마 10%로 양보했는데 여기서 또 다시 반토막이 나게 되면 시장에 진출해 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기획조정본부 상무는 “연간 거래대수 250만대 중 10%를 사업성 있는 최소 기준으로 합의한 것인데, 그 기준 자체를 사업자 거래 매물로 한정해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라면 애초에 참여 비율을 20%로 높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구매+중고차 매각 방식 금지…"그럴거면 왜 중고차 진출하나"


중고차 매매업계는 또, 소비자가 ‘트레이드 인’ 방식으로 신차를 사며 내놓은 중고차를 완성차 업체가 구매하는 방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는 오직 중고차 매매업계와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판매해야 하며, 완성차 업체도 플랫폼에서 중고차를 매입해 인증 중고차를 만들라는 요구다.


이는 사실상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입을 통해 신차 가격을 할인해주고 이를 통해 중고차 사업과 신차 판매사업간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사업성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신차를 사려는 고객에게 중고차를 대신 팔아주고 그 차액만큼 구매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신차 교체수요를 유인하는 게 완성차 업체들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 방식인데 그걸 못하게 하고 플랫폼 자체를 넘기라고 한다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차 판매권 내놓으라고?…"완성차 노조가 가만히 있겠나"


중고차 매매업계가 피해 중고차업체들에 대한 지원대책으로 완성차 업계에 요구한 것은 ‘신차 판매권’이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를 거래한 대수만큼 신차 판매권을 중고차 매매업계에 내놓으라는 것이다.


현재 완성차 대리점은 본사 관리 하에 동일한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런 관리를 받지 않는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신차 판매권을 가져갈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설령 완성차 업체가 이를 수용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의 반발 때문이다.


김 상무는 “지금도 완성차 업체들은 영업노조 때문에 온라인 판매도 못하고 있다”면서 “신차 판매에 관한 사안은 노사협상 문제인데 그걸 중고차 업체에 넘긴다는 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을지로위원회는 앞으로 1~2주간 협의를 더 진행한 뒤 최종 무산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로 사안을 넘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을지로위원회는 “협상타결을 위해 양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현재 가장 큰 쟁점인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입에 따라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 신차판매권 등으로 지원해달라는 중고차 매매업계의 요구가 상생의 관점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협상의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완성차 업계 노사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직거래 매물 제한이나 트레이드 인 방식 거래 금지, 신차판매권 요구 등을 모두 수용하면서까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고차 매매업계 측에서 시장 개방을 허용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완성차 업체의)진입이 불가능하도록 철벽을 쳐놓고 개방 압박만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