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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공정거래법, 기업 경영 위축 심각…시대에 맞게 손봐야"


입력 2021.09.07 15:00 수정 2021.09.07 10:1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총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 개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80년대 초 ‘경제력 집중 방지’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이 지금은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이 높아진 만큼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경총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시적‧전략적 관점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제도들을 다시 살펴볼 시기”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최근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과 생존을 위한 혁신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인해 변화에 뒤처지거나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많은 부담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이 낮게 평가받던 시절이 있었고, 우리 공정거래법은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이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공정거래법 또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갈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특히 우리 공정거래법 중 지나치게 엄격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지주회사 규제 같은 조항들을 예로 들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규제를 찾아볼 수 없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선진국들은 공정거래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지 않거나 담합(카르텔)에 대해서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전반에서 규정을 두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손 회장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이라는 취지하에,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시적ㆍ전략적 관점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제도들을 다시 살펴볼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은 축사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서로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질서를 빠르게 개선해 나가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들이 서로 상생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주진열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정책 방향이 파괴적 혁신을 위한 글로벌 경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 교수는 “오늘날 세계 시장경쟁에서 글로벌 대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파괴적 혁신을 통한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특히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패배해 매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중소 협력업체의 매출도 줄어들고, 그만큼 일자리가 없어진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경쟁법인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 부담을 지우면, 그만큼 한국 기업은 글로벌경쟁에서 불리해진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특히 “기업집단규제도 한국에만 있고, 경쟁법 위반 제재 수단으로서 과징금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과 징벌적 배상까지 부과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이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정책의 방향이 파괴적 혁신을 위한 글로벌경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공정거래위원장인 정호열 건국대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인학 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해 공정거래법의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홍대식 교수는 “현재의 경쟁법 집행 방식은 자산 규모에 주로 의존하는 기업 규모별 유형화, 유형별로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사전규제, 일방향적이고 대립적인 기업관계에 기초하여 거래의 모든 과정을 감시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한 영향을 부차적인 고려사항으로 하는 정책적인 집행 방식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역할이 새로 정립되면서 다른 분야의 법과 규제가 새로운 결합 또는 융합을 모색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법이 계속 유지, 강화하여야 할 부분과 다른 법 및 규제와 조화를 이루며 축소, 재조정하여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하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박사는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많은 규제법령에서 기업가정신의 동기와 발현을 위축, 왜곡하는 내용이 많아 글로벌 혁신경쟁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공정거래법은 40여년 전의 80년대 초에 정한 ‘경제력 집중 방지’목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선진법제는 물론이고 한국보다 경제력 집중이 높은 나라도 하지 않는 갈라파고스 규제이며, ‘경제력 남용의 방지’로 규제 목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수 교수는 “새롭게 재편된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한 진단과 평가는 올 연말의 제도 시행 이후에 가능할 것이므로 일단은 제도의 성과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데이터경제의 도래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독과점 문제나 기업결합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시급히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세진 교수는 “공정거래법 상 플랫폼 규제의 경우 유럽은 자국 이익 보호 차원에서 이용되고, 미국은 단순 경쟁 보호가 아닌 경쟁 과정 보호 차원으로 이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규제 방향은 그 영향과 함의를 명확히 인지하면서 동조할 것은 동조하고 막을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주회사와 같은 기업의 형태적 문제에 대해서 과도한 규제들이 유지 및 강화되고 있으므로 원점에서 재고하고 대푹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 “글로벌 사업환경이 급격하게 변화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경쟁 시대에 혁신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공정거래법 상 제도 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제도 개선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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