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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1년②] 막강해진 전기차 리더십…전용 플랫폼에 배터리 동맹까지


입력 2021.10.07 06:00 수정 2021.10.07 13:1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탑재 아이오닉5·EV6 모두 흥행

배터리 기술 협력 가속…9월 LG엔솔과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도 발표…2025년부터 수소·전기차만 출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정식 수장으로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4일로 1주년이 된다. 수석부회장의 지위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던 2년간 조직문화를 바꾸고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체질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전기차 전환 가속화, 수소동맹 결성, 로보틱스 진출 등 지속성장가능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선 등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 이후 가진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2020년 10월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사)

지난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전세계적인 위기였다. 이동 제한으로 각국의 손발이 꽁꽁 묶이며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이어졌다. 자동차 산업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판매량에 타격을 입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새 전략을 다시 짜는 데 동분서주해야 했다.


자동차 산업이 크게 휘청였지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오히려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 보다 무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년 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시장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야심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를 차례로 선보였다.


전기차 뿐만이 아니다.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배터리 기술 협력을 위해 삼성·SK·LG그룹 수장과 회동하며 '배터리 동맹'을 맺어온 정 회장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며 전기차 수직 계열화에도 결실을 맺었다.


제네시스 GV60. ⓒ현대자동차

숨가쁘게 달려온 그의 광폭 행보는 전동화 패러다임 등장으로 이전 보다 거세진 완성차업체들의 '도전'과 '혁신'과 맞닿아 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제 2의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또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자, 완성차들은 탄소 규제에 발 맞춰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고 전기차 대량 생산 시기를 앞당기는 로드맵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앞다퉈 그룹 전동화 전략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EV) 비중을 35%에서 70%로 2배 늘리겠다고 밝히며 PE(Power Electric)시스템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GM은 2035년까지 생산 라인업에서 내연기관차를 배제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얼티움 배터리를 통해 차세대 기술력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차별화된 기술과 혁신적인 비용 절감으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톱'이 되겠다는 목표다.


고성능 전기차 모델S를 앞세워 혜성같이 등장했던 '테슬라'는 폭넓은 수요층을 위한 모델3·모델Y까지 잇따라 성공시켰다. 신성(新星)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되면서 전기차 왕좌를 둘러싼 기업들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는 제 2의 '퀀텀점프'를 노릴 만큼 완성차들에게 기회이나, 그만큼 시장의 니즈를 적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낙오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그저 그런 전략으로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그룹에게 새로운 위기가 될 수 있다.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수 십년간 쌓아온 내연기관차 제조사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한국의 자동차 산업 존립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한층 더 까다로워진 친환경차 요구에 '정면돌파'로 답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정부의 '그린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그는 미래 친환경차 사업이 현대차그룹 생존과 직결돼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자동차그룹

그는 2025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로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1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 10%이상을 기록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된다는 포부다.


이는 완벽한 품질을 갖춘 전기차를 통한 기술 우위와,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비용절감을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함과 동시에 배터리 제조를 맡고 있는 그룹 수장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전기차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E-GMP는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E-GMP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5, EV6, GV60는 출시 직후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호평을 얻으며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파는 전기차로 각광받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사전예약 대수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올해 계약하면 길게는 내후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닉과 EV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전기차 브랜드의 '표준'을 제시했다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통해서는 '럭셔리 전기차'를 통한 차세대 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 소개 영상 ‘퓨처링 제네시스(Futuring Genesis)’를 통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 모든 신차는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로만 출시하며,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고 8개의 수소‧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전동화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전통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플래그십 세단까지 모두 전동화 모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효율·고성능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9월 15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배터리셀 합작공장 기공식 행사 중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왼쪽 상단 화면)이 착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앞줄 가운데), 현대차그룹 김걸 사장(앞줄 왼쪽),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앞줄 오른쪽)이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회의실에서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함께 축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오른쪽 상단 화면)도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등 국내 배터리 3사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노력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건립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 산업 단지(KNIC) 내 합작공장 부지에서 배터리셀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로,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비롯해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차세대 배터리를 통해 주행거리와 충전속도를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상품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충전 인프라를 적극 확대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선 1년③]에서 이어집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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