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없이 텅 빈 사무실, 책상도 사람도 사라졌다
클라우드 등 DT 대응 빨라…사무실 복귀는 ‘신중’
#직장인 5년차 대리 A(32)씨 사무실 자리에는 컴퓨터가 없다. 원하는 자리에 가서 스마트폰을 도킹 패드에 꽂기만 하면 업무 준비 완료다. 모니터에는 기존에 백업된 내 화면이 바로 뜨고 지체 없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정보기술(IT)기업 개발자인 직장인 B(35)씨는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다. 출퇴근 시간 총 3시간씩 걸려서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신작 출시 일정을 문제없이 소화했다. 오히려 사무실 근무 때는 거의 집에 가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됐는데 집에서 일하니 업무 효율이 올랐다. 클라우드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IT 플랫폼이 잘 갖춰진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전인 불과 2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근무’는 이제 낯설지 않은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다. 제조업 등 현장직이나 영업직, 서비스직 등 사람이나 물건을 직접 다루거나 상대해야하는 직업이 아닌 직종일수록 디지털전환(DX) 속도가 빨랐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가장 빠른 속도로 재택근무 전환이 이뤄지고 오랜 기간 유지된 곳이 IT업계다. 코로나19 국내 1차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2월부터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게임 3N(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IT기업들의 재택근무 전환이 수월했던 것은 클라우드화 등 DT 준비를 시작했던 곳들이 많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던 덕분에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될까.질병관리청은 성인 접종률이 80% 이상이면 위드 코로나 전략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65%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18세 이상 성인 접종률은 75%를 넘어섰다. 이번 주 중 80%를 돌파할 전망이다.
빠른 일상 회복이 예상된다. 해외의 경우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고 미국은 다음 달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근무 형태도 일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막혔던 해외 출장이 재개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각종 발표 행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신규 단말을 발표하는 ‘언팩(공개)’ 행사나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이 현지 행사로 전환될 전망이다.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도 마찬가지다. 구글 등 일부 해외 기업 임직원들은 완전한 재택근무 형태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생산성 등을 이유로 순환 재택 등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도입하길 원하는 분위기다. 아직 도입 기간이 짧아 완전 재택근무에 따른 근무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확실한 의사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거점 오피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SK텔레콤은 위드 코로나 체계 전환 앞두고 회사 지침을 검토하는 단계다. 거점 오피스는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이 상시 디지털 워크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T는 재택근무가 기본 방침이나 부서별 상황에 따라 출근 인원을 조정 중이다. 현재 재택근무 비중은 평균 20~30% 수준이다. LG유플러스도 사무직 기준 팀원은 주 4회 재택, 팀장은 주 2회 재택을 필수로 하고 있다. 팀별 일 출근 인원은 20% 이내로 유지하며 직영점은 인원의 70%가 재택근무를 하고 일별 50% 재택근무를 필수로 하고 있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연말까지 원격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게임 3N도 현재 전사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 중이나 향후 변동 가능성은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게임 정기점검, 업데이트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인력만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사 재택이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고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맞춰 이후 근무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 역시 “현재까지는 기존 내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추이와 정부 발표 등을 보면서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변화가 있으면 안내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