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활법 대상서 디스플레이 업체 대거 제외
메타버스·전장 분야 핵심 역할…지원 나서야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찬밥’ 취급하며 지원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디스플레이가 메타버스와 전장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 등 민간기업 주도로 경쟁력을 쌓아오며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덕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자발광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지 1년여 만에 관심을 저버렸다. 기업활력제고법만 보더라도 디스플레이 분야는 대상 기업이 1년 새 9곳에서 2곳으로 대폭 감소했다.
또 핵심전략산업 특별법에도 디스플레이 산업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우려가 높다. 사실상 디스플레이 산업을 3순위로 미뤄둔 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같은 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디스플레이 산업 자체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지만 미래 산업 주도권 싸움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미래산업으로 낙점한 메타버스의 경우도 디스플레이가 중추적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구성되는 만큼 몰입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리 말하면 사람의 눈에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즉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것은 메타버스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과도 같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이 디스플레이 업체에 다양한 혜택을 주며 산업 육성에 열을 다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금도 중국은 디스플레이 굴기를 외치며 한국만의 무대라 불렸던 OLED 시장을 점차 잠식해 나가고 있다. LCD의 사례처럼 자발광 시장도 중국에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로 대표되는 비자발광 디스플레이에서 OLED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와있다. 그만큼 시장 주도권에 대한 각국의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정부가 정말 미래 핵심 산업으로 디스플레이를 키울 생각이 있다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지금껏 그래왔듯 연구개발(R&D)을 포함한 투자 부담을 민간의 영역에 국한시킨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인력 유출과 미비한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고충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