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급하게 내놓은 김사니 감독대행 카드 실패 귀결
배구계 건강한 흥행 재료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부작용 심화
조송화 사태 이후 구단 일처리 과정 보면 여전히 갑갑
“실업팀 출신 선수들의 반전 활약 등 배구장에서 즐길 게 많은데 이런 이슈에 사람들 관심이 쏠려 묻히니 참 안타깝다.” 2일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전이 열린 김천실내체육관을 찾은 배구팬의 한탄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관심은 승패나 감동적인 반전을 일으킨 선수들 보다는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 거취와 상대팀 감독의 악수 거부에 쏠렸다.
경기에 앞서 김사니 감독대행은 취재진 앞에서 “지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죄송하다.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겠다”며 눈물을 훔쳤지만, 최종전에서도 상대팀 감독은 악수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이미 모든 관심이 ‘털려’ 경기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팬들의 반응이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대행 최종전에서 무기력하게 0-3 패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현대건설의 개막 11연승 신기록, 한국도로공사의 실업팀 출신 선수 이윤정-이예림의 반전 활약,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에 이어 10년 만에 탄생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도전 등 건강하고 흥미로운 이슈들이 IBK기업은행이라는 불편한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IBK기업은행은 더 멍들어가고 있다. 쌓아왔던 ‘배구 명가’ 이미지는 완전히 훼손됐다. 조직의 뿌리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김연경과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국가대표 김수지·표승주·김희진이 버틴 IBK기업은행은 어느 팀보다도 올림픽 효과를 등에 업고 여자배구의 흥행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배구팬들로 하여금 트럭시위를 하게 만들었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본 배구 관계자는 “(흥행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허탈하다. 지난해 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학폭) 파문 때를 지켜보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IBK기업은행이 급하게 내놓았던 김사니 감독대행 카드는 2주도 버티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3경기 1승2패(승점3). 김사니 감독대행이 코치직도 맡지 않겠다고 물러나면서 IBK기업은행의 비상식적인 감독 선임 문제로 인한 파장은 일단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불편한 IBK기업은행표 블랙홀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단이탈로 이번 사태를 초래한 조송화가 구단의 임의해지 요청 동의를 거부한 데 이어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다음 주 한국배구연맹(KOVO)의 상벌위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구단 대응을 보면 더 갑갑하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팀 쇄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더 큰 논란만 일으켰다.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부실을 키운 것은 구단의 무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독에게 선수가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선수도 감독에게 불만을 품을 수 있다. 그런 갈등을 해결하고 해소하는 것이 구단의 역할인데 오히려 일을 키웠다.
기묘한 일처리를 떠올리면 IBK기업은행표 블랙홀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김사니가 떠나도 여전히 불편하고 불안한 이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그 IBK기업은행이 맞다면 이제는 사태를 수습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