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실적 부진 해법, 중금리 대출 및 데이터 사업 전환
중금리 대출·데이터 활용 맞춤형 서비스는 포용금융의 실현
카드사 주도로 소비와 금융 연결고리 다시 세워야 할 때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최근 발표된 주요 카드사들의 3분기 실적은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순이익이 감소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며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된 흐름을 보였다.
겉으로는 경기 둔화와 가계소비 위축 여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카드업의 구조적 한계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 과거 성장의 동력이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과 카드론, 현금서비스 중심의 모델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동안 카드사는 과당경쟁 속에서 혜택 중심의 마케팅에 의존해왔다.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각종 제휴 할인 등이 소비를 자극하며 시장을 확대했지만, 이 구조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의 실적 악화로 인해 카드사들이 무이자 프로그램을 줄이고 혜택을 축소하면서 가계소비는 또 한 번 위축되고 있다. 소비 촉진의 역할을 담당하던 신용카드가 오히려 긴축의 도구로 전락하는 아이러니가 표면화되고 있다.
지금 카드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형 생존 전략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가치산업'으로의 전환이다. 카드업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거래 데이터는 개인의 소비패턴, 신용행태를 포괄하는 거대한 자산이다. 이를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될 수 있다.
예컨대 개인별 소비패턴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제안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중소상공인의 매출 예측 및 마케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카드사가 단순 결제업체가 아니라 '소비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JCB는 AI 기반의 소비분석을 통해 가맹점별 수요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디스커버(Discover)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리워드 설계로 높은 충성도를 확보했다. 국내 카드사들도 이러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카드론 규제 강화로 인해 수익 유지가 쉽지 않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을 확대함으로써 카드론 공백을 메우고, 동시에 포용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용 평점 중간층을 대상으로 합리적 금리의 대출 상품을 설계하면서 해당 금융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다. 이를 데이터 기반 심사모형과 결합한다면 대손비용을 낮추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카드업의 미래는 '결제'에서 ‘데이터’로, '소비자 혜택'에서 '소비자 이해'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달려 있다. 단순 구매결제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금융·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 활용 체계의 정교화이다. 단순한 거래정보 분석을 넘어, AI 기반 상품추천, 소비 습관 진단, ESG 소비 리포트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혀야 한다. 데이터는 비용이 아니라 가치 창출의 원천자산이다.
둘째, 중금리 포용금융 강화이다. 단기적으로는 카드론 축소에 따른 수익 공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용 중간층의 안정적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기조와도 맞물려 정책적 지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
셋째, 협업 중심의 플랫폼 확장이다. 카드사가 단독으로 모든 서비스를 수행하기보다, 핀테크·소비 데이터 기업·통신사 등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데이터 공유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고객가치를 극대화하면, 결제시장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 금융’이라는 새로운 성장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의 수익성 위기는 카드업의 종말이 아니라, 다음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수익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며, 소비 회복의 촉매가 되는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카드사의 다음 10년은 디지털 혁신과 포용금융의 균형 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시장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시장을 새로 설계하는 자가 결국 미래의 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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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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