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레스토랑·파인다이닝 비싸도 예약 급증
자영업자, 오미크론 확진 다음날 사라진 손님에 한숨
연말 대목을 앞두고 외식업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북적이던 사무실 밀집 지역의 식당은 예약 취소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호텔 뷔페와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은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힘들어 대기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요 지표가 정부의 예상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하루 확진자로는 처음 7000명을 넘었다. 1만명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위중증 환자는 800명대 최다를 기록했고 누적 사망자는 4000명을 넘었다. 의료자원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지금의 대응 역량으로 중환자와 사망자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일상회복에 돌입했던 기업들은 정부의 강화된 방역조치 발표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모임 자제를 권고하고 위험국가로의 해외출장을 금지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재택근무 비율을 재조정하고 회식 관련 내부 지침 등 재정비에 나섰다.
며칠 사이 외식업계 분위기도 나뉘었다. 고급 식당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호텔 레스토랑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한 번 외출을 할 때 스몰 럭셔시에 지갑을 여는 이들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따르면 뷔페 레스토랑인 ‘라세느’의 경우 12월 모든 예약이 지난달에 마감됐으며 내년 1월 주말 예약도 80% 이상 찼다. 이 호텔의 한식당 ‘무궁화’는 내년 2월 주말 룸의 예약률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자 ‘인기 레스토랑’을 대상으로는 웃돈을 얹어 대리 예약을 구하는 수요도 생겨났다. 예약을 넘겨주는 대가로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수고비를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노린 이른바 ‘되팔이(리셀러)’들도 예약 전쟁에 가세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맛집 대열에 끼지 못한 대부분의 식당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18~24일 외식업 평균 매출액은 2019년 대비 9.2%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술집의 매출액 감소폭이 22.8%에 달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외식 횟수 자체는 줄었지만, 더 높은 품질을 원하는 외식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품질 관리에 성공한 식당에는 손님이 몰리고, 애매한 식당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들은 끝없는 ‘코로나 고통’에 한숨 쉬고 있다. 한 달 만에 끝나버린 위드 코로나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 모임이나 회식 등이 거리두기 강화로 또다시 줄취소되면서 2년 연속 최악의 연말을 보내게 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시민들이 정부 발표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자체적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프라이빗 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룸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말이라 단체예약 손님이 많았는데 6명 이상은 전부 예약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예약 문의가 들어와도 룸이 있냐고 물으니 골치가 아프다. 작은 식당에 룸 마련된 집이 몇 곳이나 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가 만들어낸 현상으로 진단했다. 오랜 시간 거리두기로 인해 지친 시민들이 외출에 대한 열망은 커지고 있으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인해 룸을 찾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험이 여전하지만 온라인 교류에 지친 사람들이 ‘만남’의 가치에 목말라 하고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그만한 가치를 주는 식당들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