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지만 책임은 없다 [이소희의 언팩]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1.12.21 07:04  수정 2021.12.21 07:44

45일만에 멈춘 일상회복

방역실패 사과뿐 아무도 책임은 지지않아

45일만에 일상회복에 대한 희망이 멈추자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크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 0시부터 사적모임 인원을 최대 4명까지 축소하고 유흥시설과 식당·카페는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역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식당·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만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고 미접종자는 혼자서 이용하거나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K방역으로 시작된 성공적인 방역에 대한 정부의 집착이 타이밍을 놓쳤고 무엇보다 병상확보에 실패하면서 되려 늘어난 감염자를 수용하지도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방역패스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학교와 학원은 적용되고 종교시설은 비적용되는 등 정책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자 반발이 늘었고 결국 정부는 전면등교에서 부분등교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고 종교시설도 일부 제한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의료붕괴를 막는 ‘현장의 마지노선’이라는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이미 넘어섰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감염속도에 더 필요해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쉽게 늘지 않고 더디기만 하다.


지난주 모처럼 들른 대형서점에서는 여고생으로 보이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서점 내를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며 함께 무언가를 원하는 듯 외쳤고 손에 든 사진 등을 서로 교환하는 등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엄중한 방역 정국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무엇보다 밀집도와 소음이 거슬렀다.


이유인즉슨,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의 앨범이 발매됐으며 여고생들은 팬심으로 몰려와 앨범을 구매하고 앨범 속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00원해요~’라고들 외친 것이다. 앨범을 많이 살수록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쉬워진다는 요즘의 세태를 직접 목도했다.


방역의 중요성을 팬심이 눌렀다. 2년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내어준 만큼 그들이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스타의 포토카드 하나를 손에 넣겠다는 욕구를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비록 북새통을 떨었지만 딱히 방역법을 어긴 것도 아니며, 소리는 쳤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썼으니 거슬린 사람이 자리를 뜨는 것이 최선이라 서둘러 서점을 나왔다.


결국 ‘위드 코로나’를 간절히 원했던 국민 모두를 실망시키며 약속했던 철저한 방역준비도 세심한 정책적 배려도 부족했다.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만 했을 뿐 그 누구도 책임지지는 않았다.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결과와 성과는 더 중요할진대, 잘못이 명백한데도 아무도 나서서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622명 늘었으며 위중증 환자는 989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으로 ‘완전한 경제정상화’를 내걸고,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을 뿐, 당장 상존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이나 구체적인 대비책은 없었다.


또다시 국민희생을 바탕으로 한 방역으로의 회귀만 남았다. ‘최대의 방역’이라는 백신을 열심히 맞고도 일상회복이 힘들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자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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