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역대 최대폭 인하에도…기름값 또 최고점 찍을 듯

ℓ당 휘발유 가격 최고가였던 1807.0원 넘길 가능성 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했으나 이달 기름값은 직전 최고점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가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2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이다. 만일 유류세 20%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1리터(L)당 164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유 역시 ℓ당 가격이 116원 내려가며 LPG부탄은 ℓ당 가격이 40원 절감된다.

이처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하는데도 최근 석유류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667.6원으로 전주보다 15.2원 오르면서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경우ℓL당 휘발유 가격이 1738.6원까지 올랐다.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세금과 세전 판매 가격으로 구성된다.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와 부가가치세(세전 판매가+제세금의 10%)를 합친 금액이다. 세전 판매가격에는 국제 휘발유 가격과 관세(원유 가격의 3%),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 비용 등이 포함된다.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의 경우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변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올라가면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동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한 지난해 11월 둘째 주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평균 82.5달러였다.

하지만 이달 첫째 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7.9달러까지 올랐고 지난 4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배럴당 90.22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가 이미 정부 조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 역시 1월 넷째 주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월 첫째 주에는 102.8달러로 올랐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추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ℓ당 휘발유 가격은 최근 최고가인 지난해 11월 둘째 주의 1807.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단 국제유가 동향을 지켜본 뒤 향후 필요에 따라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고려하면 연장 여부는 내달 말을 기점으로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