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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언제쯤 정치권 입김 벗어날까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2.16 10:57 수정 2022.02.16 11:0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포스코홀딩스 본사 입지 최우선 고려사항은 기업 가치와 미래성장

대선후보 3인방 '포항 배치' 한 목소리…관치 부활 우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빌딩 전경. ⓒ데일리안

오랜 기간 머물던 숙소를 업무상 동선 등을 감안해 옮기기로 했다고 치자. 기존 숙소 주인이 “당신이 떠나면 우리 매출과 공실 관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한다면 어떻겠는가. 심지어 인근에서 힘깨나 쓴다는 이들이 숙소 주인 편을 든다면?


손님을 잡아두려면 자신의 숙소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점을 어필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걸로 부족하다면 숙박비를 깎아주는 식으로 회유를 해보던가. 손님의 이탈로 발생하는 손실은 주인의 사정이지 손님의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고려사항은 아니다.


최근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서울 배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와 경상북도, 심지어 인접한 대구광역시와 울산광역시까지 나서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포항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대선주자들도 이 판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롯,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이른바 빅3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서울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가 포항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 온 기업이자, 지역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해당 주민들이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배치에 대해 갖는 서운함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업집단에서건 지주회사는 인력이나 생산설비 등 ‘물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큰 의미가 없는 조직이다. 포스코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포항 외 지역에 자리 잡는다고 해서 인력유출이나 세수 감소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장을 뜯어서 옮기는 것도 아니고, 기존 서울에 근무하던 200여명에 불과한 사무직원들이 서류상 지주회사 소속으로 이동하는 게 포항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리 만무하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포스코는 기업의 지속성장가능성 확보를 위한 경영적 판단을 할 권리가 있는 민간 기업이다. 어떤 조직이나 시설의 입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특정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도의적인 측면에서의 부차적 요인일 뿐 핵심 고려사항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포스코홀딩스 본사건, 미래기술연구원이건 포항 배치를 주장하려면 그러한 선택이 포스코의 기업 가치와 미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포스코가 단순 철강 기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 및 에너지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를 서울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리고 우수 연구개발(R&D) 인력 유치에 수도권이 유리하다는 주장에 맞설 만한 논리가 있다면 해당 시설들의 포항 배치 주장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포항시나 경상북도에서 그런 언급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지역 경제’ 논리만 내세울 뿐이다. 떠나는 손님을 강제로 눌러 앉히려는 숙소 주인처럼.


더 유감스러운 것은 특정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이끌겠다고 대선판에 뛰어든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조차 포스코홀딩스가 포항에 있어야 될 근거로 ‘옛 정’외에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게 TK지역 표심 잡기에 조금이라도 유리해서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대목이다.


애초에 이들이 민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개입하는 게 합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과거 정치인들이 그래왔듯이 포스코를 민간 기업이 아닌 관치로 통제해야 할 기업으로 보는 것일까. 그래서 선거에 이용해먹기 위해 경영진과 주주들의 판단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과거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흑역사가 있었다. 회장 선임 때마다 ‘높으신 분의 의중’과 연관돼 하마평이 나돌았다.


유력 대선후보 3인방의 포스코홀딩스 본사 입지 관련 개입이 새 정부에서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안철수와 코드가 맞는 인물로의 포스코 회장 교체 압력으로 이어지는 ‘적폐의 부활’을 예고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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