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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70년대를 배경으로 시대를 통찰하다


입력 2022.02.24 17:10 수정 2022.02.24 17:11        데스크 (desk@dailian.co.kr), 데스크

영화 ‘리코리쉬 피자’

폴 토머스 앤더슨은 현대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켰고 21세기 들어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 ‘팬덤 스레드’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영화는 과거의 시간대를 부유하며 사회를 예리하게 가로지른다. 1970년대 미국 포르노 산업의 이면을 그린 ‘부기 나이트’나 20세기 초 미국 서부의 탐욕적인 석유 개발자들 이야기를 그린 ‘데어 윌 비 블러드’, 2차대전 이후 전쟁 트라우마가 불러온 개인의 비극을 탐구한 ‘마스터’가 그렇다. ‘팬덤 스레드’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리코리쉬 피자’ 역시 1970년대로 관객들을 리콜한다.


1973년 캘리포니아 산페르난도 밸리, 15세 개리(쿠퍼 호프먼 분)는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로 온 알라나(알라나 하임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알라나는 자신보다 10살 어린 개리의 패기 넘치는 데이트 신청에 당황하면서도 함께 저녁을 먹으며 개리와 알라나의 미묘하고도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개리는 야심을 품고 물침대 판매 사업에 뛰어들고 알라나는 사업 파트너로 개리의 여정에 동행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꿈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첫사랑의 미묘한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그린다. 누구에게나 기억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미숙했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 개리와 불안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알라나 역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개리와 알라나는 절대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헤어져 놓고 자꾸만 생각나는 그 사람을 향해 또 한 번 힘껏 달려간다. 영화는 청춘남녀의 첫사랑의 심리상태를 잔잔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20대 청춘의 성장담을 그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알라나는 인생의 방향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부유하는 25세 청춘이며 개리는 조숙한 기업가처럼 굴지만, 콜라를 주문하는 15세 소년이다. 개리는 알라나와 만남 이후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사업가가 되고 알라나는 어린 개리와 연애하고 촬영장에 동행하는 일탈을 한 후 삶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알라나는 다양한 남자와 만나 부딪히면서 서른을 향하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다. 불안하고 어두운 청춘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영화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며 시대를 통찰한다. 1970년대에 산페르난도 밸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감독의 추억과 그의 지인이자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개리 고츠먼의 성장담이 영화 속에 얽혀 있다. 당시 유행했던 물침대와 핀볼 게임장 사업은 고츠먼의 실제 사연을 시나리오에 반영한 것이며 ‘리코리쉬 피자’라는 제목은 7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던 레코드샵 이름에서 따왔다. 그동안 역사와 사회에 대한 날선 시각을 보여주던 감독은 역설적으로 1970년대의 평범한 일상의 분위기를 충실히 재연하면서 시대를 통찰한다. 석유 파동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외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청춘을 보냈던 사람의 시선으로 기록한 미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7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냉전체제가 풀리고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앞둔 전환기였다. 게임의 시대였으며 록과 헤비메탈의 전성기였다.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관객들을 1970년대로 소환해 코로나 사태와 미국과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과 웃음으로 위로를 건넨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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