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후보 탓이 절대적으로 커...尹과 절연 거부
“계몽령 센스 있는 말”이라 해놓고 “이건 아니다 했어야”
갤럽 조사, 유권자 1/3이 투표 전 1~3주 이내 결정
TV 토론도 중요...결국 한 달간 후보 활약이 당락 좌우
이재명의 호칭이 ‘민주당 대표’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이 극적인 변화가 보수는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
그 믿어지지 않는 실화를 접하면서 새삼 윤석열에 대한 배신과 증오의 감정이 분출한다. 어쩌자고 2020년대에, 계엄을 해서, 시퍼렇게 살아 있던 정권을 고스란히 그에게 바치고 말았느냐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생각과 행동이다.
그것이 자기들 부부 보호 목적이었다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민주당이 집권과 동시에 개시하게 된 특검들로 머지않아 확인될 것이 분명한 계엄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 분노와 허탈감은 김건희에게, 그리고 그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희대의 멍청이, 주정뱅이 대통령’ 윤석열에게 향하고 있다.
그는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본인과 ‘틀딱’ 유튜버들, 또 ‘틀딱’ 골수 보수 지지자들만 모른다.
따라서 그의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에서 보수는 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계엄과 탄핵, 정권 교체에 대한 의견이 60~70%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길 수도 있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선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유권자의 32%가 투표 전 3주 또는 1~2주 시점에서 후보를 결정했다. 투표 당일에 마음을 정한 사람들도 6%나 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투표 후보 결정에 참고한 사건, 발언도 TV 토론이 45%로 1위였다. 후보가 마지막 한 달 동안 어떻게 활약하느냐가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재명과 김문수라는, 호감과 비호감 정도가 동시에 높은 후보들이었다는 특수성에 기인한 조사 결과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선이 과거에도 많지 않았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 후보 김문수는 후보 자신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본인도 “역사에 죄를 지었다”라고 자책했으나 그다음 말을 뜯어보면 반성보다는 남 탓과 변명의 느낌이 많다.
무엇보다 그는 보수를 망친 윤석열에게 해야 할 말과 요구할 일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와 보수의 결정적 패인이다. 그는 2024~2025년 국민 최대 밉상이 된 김건희(혐오도가 과거 추미애보다 월등히 높다)에 대해서도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자기를 높은 자리에 앉혀 준 윤-김 부부를 끔찍이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구-경북 노년층 표를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선대위도 냄새 고약하게 풍기는 친윤 중의 친윤 인사들로 채웠다.
그래 놓고 이기기를 바란다는 건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는 이번 주말 ‘윤어게인’ 집회에도 갔다는 보도가 있다. 어이가 없다.
김문수는 국민 앞에 큰절을 올리는 식상한 사과 퍼포먼스를 하면서 난데없이 당내 민주주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후보 강제 교체 시도 해프닝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리고 이것을 계엄과 연결했다. 뒤늦은 계엄 책임 인정을 교묘하게 지도부 탓으로 돌리며 물타기 하는, 고도의 술수를 발휘했다. 이제 노회한 정치인이 다 됐다. 그냥 정치인이 아니고 권력 맛을 본 정치인이다.
말의 의도는 차치하고 그 타이밍이 대선 후가 아니고 도중이라도 됐었다면 얼마나 득표에 도움이 됐겠나? 그는 이걸 안 한 게 자기 탓이 아니고 당 탓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로 이런 식의 계엄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어느 당이 뭐라 그래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건 아니다’ 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적절치 않은 수단을 썼고, 그것을 제어하는 힘이 없었다.”
“계몽령은 센스 있는 말”이라고 한 사람이 바로 김문수다. 한덕수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응할 것처럼 말했다가 경선 승자가 되니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표변한 사람도 그다.
극좌에서 극우로 변신한 그답게 신속히 변하는 김문수는 대선 참패 바로 그날 아침 뒷동산에 올라 턱걸이하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어, 좋구나!” 했다.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와 윤석열 비판을 비로소 했다. 당권 도전 시동이란 말이 나왔다.
친한계 박정훈이 그에게 “단일화 과정에서 20번 이상 말을 바꾼 분”이라고 한 방 먹였다. 당 대표 선거에는 나올 수 있으되 당원들의 심판을 받으라면서.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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