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가치 책정 의구심 확대
AI, 공모주 시가수익 예측률 70%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의 절반이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인공지능(AI) 모델이 공모주의 상장 후 흐름을 적중해 주목 받고 있다. 시장에서 공모주 가치 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하고 있어 적정가를 평가하는 데 AI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8일 전거래일 대비 1.60%(6000원) 오른 3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고점과 비교해 24.21% 하락하며 최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넘겨줬다.
공모주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만 부침을 겪은 건 아니다. 스팩을 제외하고 올해 국내증시에 신규 상장한 18종목 중 9종목이 공모가를 하회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형성 뒤 상한가)'도 기대하기 어려워, 오토엔와 유일로보틱스를 제외하면 공모가 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종목도 관측되지 않는다.
공모주의 주가 부진이 계속되자 시장에선 공모가 산정에 대한 의구심이 싹트고 있다. 특히, 기업평가(IPO)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초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서 자본금이 수억원에 불과한 기관들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조 단위의 주식 매입 수량을 써내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불성실 수요예측 적발 건수가 2019년 19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금투협은 최근 자율규제위원회를 열고 오는 5월부터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의 참여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모주 투자가 상장 당일 '바짝 버는' 투기 목적으로 치달은 점도 주가 과대평가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대 들어와 IPO 기업들의 장기수익률이 이전보다 향상돼 동기간 시장수익률보다 높아졌다"면서도 "핫 마켓(hot market)인 시기에 상장하는 IPO 공모주의 경우 상장일에 다소 높게 평가받는 경향으로 인해 이후 장기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AI, 공모주 수익 예측률 70%
증권업계는 AI 방법론을 활용해 공모주의 상장 후 주가 추세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적정 주가를 찾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AI기술을 활용해 만든 'IPO 시가수익률 예측모델'은 2019년 10월22일부터 2022년 1월20일까지 상장한 총 167개 종목 중 117개 종목의 시가수익율이 20% 이상일 확률을 맞춰냈다. 예측률은 70.1%에 달한다.
성과 측면에서 모든 공모주에 투자했을 때 보다 AI가 예측한 '상승' 전망 공모주에만 투자했을 때 평균 시초수익률이 11.5%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케이뱅크 △현대오일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SG닷컴 등 조단위 IPO가 줄이어 예고된 만큼, IPO시장에서 AI 활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도 공모가 저평가와 과잉 수요로 인한 공모주 초기 성과 과잉 및 장기성과 부진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공모주 수요예측 및 청약에 참여함에 있어 주가 왜곡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판단해 투자전략을 계획하고 투자성과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