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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조카의 난' 제압한 박찬구...사업 다각화 속도낸다(종합)


입력 2022.03.25 11:58 수정 2022.03.25 13:2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배당·사외이사 2명 선임안 등 금호석화측 제안 완승

ISS·글라스루이스·국민연금, 박 회장 지지로 주주 표심 기울어

금호석화, 중장기 경영성과 확대 및 주주친화정책 실현 '과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또 다시 성공했다.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고 본인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대체로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금호석화는 25일 오전 서울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유효한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이 늦어지면서 1시간을 훌쩍 넘긴 10시 25분께 열렸다.


이날 기말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건은 이사회 제안과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표결에 들어갔으나 모두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배당액 관련, 회사측이 제시한 보통주 주당 1만원과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주당 1만4900원을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사측의 의안에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1705만5300주)의 68.6%(1169만2829주)가 찬성해 회사측 제시안대로 가결됐다.


박 상무측 제안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1.9%(543만4293주)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박철완 전 상무측 법률대리인은 표결에 앞서 "회사측 배당안은 경쟁업체나 시장 상황에 비해 낮다"면서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주주제안한 보통주 주당 1만4900원의 배당안 찬성을 요청한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상무가 배당을 요구한 금액은 총 4184억원에 달해 이를 집행할 경우 금호석화가 미래 투자 여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다.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금호석화와 박 전 상무가 추천한 각각 2명씩의 사외이사를 선임 여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이사회에서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NGO) 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박상수씨에 대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71.0%(1210만6594주)가 찬성했으며, 박영우씨도 71.0%(1211만4020주)의 지지를 받았다.


박 전 상무는 사외이사 후보로 이성용 전 베인&컴퍼니 글로벌 디렉터와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추천했으나 표대결에서 밀렸다.


이성용씨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29.6%(504만724주), 함상문씨는 29.0%(494만4840주)의 지지율에 그치며 전원 탈락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도 사측이 내놓은 원안대로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72.6%(811만2763주)가 찬성했다.


박철완 금호석화 전 상무ⓒ본인 제공
'캐스팅 보트' ISS·국민연금 모두 박 회장 지지

이번 주총 표대결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양대축인 ISS·글라스루이스와 7%에 가까운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 등이 박찬구 회장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호석화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 전 상무측 총 10.13%, 박 회장은 자녀 지분을 합쳐 14.92%다. 국민연금 6.82%, 국내 기관투자자 10%, 외국인 투자자 20%, 소액 주주 21%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금호석화의 운영실적이 탄탄하며 경영진은 배당정책을 실질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이유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을 약속하고 자사주 운영 계획을 설명한 발표한 주주 정책을 바탕으로 경영진이 발표한 주주친화적인 자산운용정책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글라스루이스는 회사 측의 배당 성향이 별도 재무제표 기준 28.5%로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 상승하고 있으며 배당 정책 상 별도 당기순이익의 현금 배당 기준을 초과하는 점을 찬성의 근거로 삼았다.


약 20%에 이르는 외국인 의결권 지분 향방이 사측으로 향하면서 판세는 박 회장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에 국민연금마저 회사측 안건에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주총 전날인 지난 24일 제6차 위원회를 열고 금호석화 주총 관련 모든 안건에서 회사측 제안 안건에 대한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금호석화 중장기 성장전략 개요ⓒ금호석화
박철완 제압한 박찬구, 사업 다각화 및 경영 성과 주력할 듯

금호석화 주총이 모두 사측이 제시한 원안 가결로 마무리되면서 회사측은 앞으로 진행할 중장기 전략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다만 박 전 상무측이 지속적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늘리고 있고 주총 결과에 상관없이 주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으로,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주총을 앞두고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하는가 하면 본인의 웹사이트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과다한 자사주 ▲낮은 배당성향▲경영진 리스크 ▲비연관 자산 매각 등을 문제 삼으며 소액주주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에 무리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ESG연구소는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배당안은 "과다 배당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박찬구 회장 등 경영진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을 더욱 제고해 나가는 한편 지속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실현시켜나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화는 향후 2~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5~35%를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1일 주주환원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소각목적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 앞으로 6개월간 소각 목적의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시장의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주주의 주당 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기업의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이 뿐 아니라 금호석화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향후 10년간 전략적 제휴 및 신성장 플랫폼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의사 결정에 따른 비연관 자산도 향후 정상 가치 회복 시 미래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 경영 성과도 내야 한다. 금호석화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지속 성장 기업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2026년까지 연 매출 12조원을 달성한다는 전사 목표를 수립했다.


아울러 핵심사업 강화와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향후 약 3조5000억~4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SG 경영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 금호석화는 친환경 사업 비율은 2018년 약 7% 수준에서 2026년 16%, 2030년까지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발전 사업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2030년 기준 BAU(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9%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 성장을 위한 실행 전략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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