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4월 글로벌 판매 213만대 수준…올해 목표 달성 '빨간불'
고부가 차량 위주 생산·판매단가 인상으로 이익 개선…"물량<수익 정책 전망"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속되는 생산차질에 목표치 달성도 8년째 좌절될 위기다.
그럼에도 양사는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수익 확보에 성공했다. 고부가 차량 위주의 생산 배정과 차량 판매단가 인상이 맞물린 효과다. 차량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현대차·기아는 연중 내내 이 같은 고수익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 1~4월 글로벌 판매 7% 감소…연말 목표 '빨간불'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4월 누계 글로벌 판매량은 213만6010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8% 감소했다. 이 기간 현대차는 10.2% 줄었고 기아는 2.0%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과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판매가 차질을 빚었다.
실제 현대차는 러시아발 악재에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 수요도 감소하면서 이 지역 판매(소매 기준)는 전년 대비 25% 줄었다.
이에 비해 기아는 인도 공장에서 3교대 24시간 풀가동 체제에 돌입하며 타지역에서의 생산차질을 만회,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양사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국 봉쇄가 이어지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들다. 또 러-우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면서 다각적인 대응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가 당분간 지속되는 것을 고려해, 현대차와 기아가 세운 연간 판매 목표는 8년째인 올해에도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와 해외를 합쳐 432만3000대를 팔겠다고 했고 기아는 315만대를 내세웠다.
지금 같은 속도로는 현대차는 연말까지 364만대, 기아는 277만대를 판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러시아 공장 등이 재개되고 반도체 물량이 대대적으로 풀리는 등 분위기가 반전돼야만 그나마 목표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
고부가 차종 위주 생산·차량가액 인상 등으로 1Q 실적 나란히 증가
여러 대외 악재로 인한 생산 감축·판매 감소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수익 방어를 위해 신차효과와 고부가 차종 위주 생산으로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양사는 1분기 각각 1조 9289억원, 1조 60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현대차는 16.4% 늘었고, 기아는 49.2% 증가했다.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중대형 SUV 등 고부가 차량 위주의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
현대차의 경우 차급별 판매비중을 보면 올해 1분기 SUV 차급 비중은 52.0%로 전년 동기(44.3%)와 비교해 7.7%p 늘었고 같은 시기 제네시스는 5.2%를 기록하며 비중이 0.8%p 증가했다.
여기에 투싼 하이브리드, GV70, 아이오닉5 등 신차 출시 효과가 두드러진 영향도 있었다.
기아 역시 고부가 차량 비중이 늘었다. 1분기 RV(레저용 차량) 비중은 전년 동기 59.7%에서 올해 61.3%로 올라섰다.
자동차 생산차질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생산 원가를 자동차 판매가격에 반영한 효과도 컸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주요 모델의 연식 변경 등을 계기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아의 1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내수 기준 2940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4% 상승했다.
이 기간 자동차 가격 인상 효과는 1460억원이라고 기아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양사 모두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차량가액 인상은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이 배터리 가격에 원자재 상승분을 연동한다고 밝히면서 연중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터리사들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동박, 알루미늄, 전해액 등 배터리 가격에 연동되지 않는 소재를 파트너사들과 협의해 판매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부품값 도미노 인상 수순을 고려하면 현대차도 배터리가 탑재되는 여러 친환경차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릴 공산이 크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 상승 기세도 만만치 않은 만큼 전 라인업 판매 상승 요인도 크다.
올해 아이오닉6, 그랜저 등 출시 대기…물량 보다 수익 위주 공급 정책 펼 듯
현대차는 지난 3월 GV70 E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팰리세이드 상품 개선 모델, 아이오닉6, 그랜저 완전변경 모델(풀체인지)과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도 유럽 시장 등을 대상으로 6월 니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7월 니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배터리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출시를 앞둔 차량 금액은 인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모델에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해 전기차 판매 드라이브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차량은 상대적으로 차량가액이 높아 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부족과 러시아발 원자재값 상승, 중국 도시 봉쇄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수요 강세가 지속되는 한 양사는 안정적인 생산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무리한 공급 보다는 차량가액 인상, 고부가 차량 위주 판매 등으로 수익 방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