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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추경호號⑤] 문 정부 최대 실책 부동산…세제 개편으로 ‘정상화’ 추진


입력 2022.05.13 14:32 수정 2022.05.16 14:2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전임 정부 부동산 실패 정권 이양 빌미

윤 정부, 공급 확대·규제 완화 집중

“시장 신뢰 회복 안 되면 무용지물”

극한 대립 속 거대 야당 협조 관건

윤석열 정부가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으로 부동산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정책이 화두가 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전임 정부 최대 정책 실패로 손꼽혀 온 만큼 새 정부에서 집값이 상승할지 아니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넘겨준 만큼 새 정부도 부동산 대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문제는 가장 주목받는 이슈였다. 부동산 안정화를 일자리 창출과 함께 최우선 경제과제로 내세웠으나 평가는 혹독했다. 정부가 26차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시장은 매번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책 실패 대가는 정권 교체라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수요 억제 중심으로 부동산 안정화를 꾀했지만 결과는 역효과만 났다고 진단했다. 징벌적 과세로 시장 반발만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도 전임 정부의 과도한 과세가 부동산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 했다는 입장이다.


반대 시각도 있다. 문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장악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출범 초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무력화된 보유세를 정상화할지 관심이 높았는데, 보유세 강화 조처는 시장 예측보다 약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도 별수 없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됐고, 이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시장에 먹히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권 초기 시장에 강력한 ‘정책적 신뢰’를 주지 못한 게 패착이라는 의미다.


문 정부 실패를 거울삼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문 정부가 공공주도형 서민주택정책이었다면 윤 정부는 시장경제 중심 민간주도형 중서민정책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시장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해보고 느낀 것이지만 세금이나 규제로는 수요가 줄지 않는다”며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는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결국 부동산도 수요를 줄이는 것과 공급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지 않겠는가”라며 “대개 수요를 줄이는 걸 먼저 하고 세제나 규제 등을 더하는 데 노무현 대통령 때 부동산 정책을 해보고 느낀 것이지만 시장은 아주 현명하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줄기 시작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급을 늘리는 특별 대책을 처음부터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저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공급이 지금 당장 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급의 플랜이 굉장히 설득력 있다,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가 공급 확대로 시장에 신뢰를 준다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 개편을 통해 시장에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전월세 신고·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을 손볼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양도소득세 중과·대출 규제가 과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해 “태어나선 안 됐을 제도”라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금 제도를 활용한 건 이해하지만, 과도했다”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를 당장 폐지하긴 어렵겠지만 재산세와의 통합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일정 부분은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가격 9억 원까지 40%, 9억 원 초과에는 20%의 LTV가 적용된다.


이 밖에 5년간 250만호 공급과 분양가상한제·재건축 부담금·안전진단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윤석열 정부 대표 부동산 정책으로 예고된 상태다.


새 정부 부동산 대책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우선순위로 내세우면서도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금리 등을 이유로 시장이 상승하는 만조기와 시장이 하락하는 간조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교대한다. 만조기가 도래하면 정부가 강력한 안정책을 쏟아내도 시장의 가격상승 기조와 추세를 꺾기가 어렵다는 게 이 부소장 주장이다. 반면 만조기가 끝나고 간조기가 도래하면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연달아 투사해도 시장의 가격하락 기조와 추세를 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간조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기간과 정확히 겹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의 만조를 가능하게 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한 데다, 시장가격 자체가 어떤 근거와 논리로도 합리화가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투사해도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배제가 다주택자에게 어느 정도 퇴로를 열어 줘서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전세 낀 주택을 자녀 등에게 부담부증여로 넘기면서 매물 증가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 개선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세제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추진하는 만큼 법 개정은 필수다. 거대 여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상황은 좋지 않다. 내각 구성을 놓고 정부와 야당이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상황에 내달 지방선거까지 앞둬 당분간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야당이 된 민주당이 법을 만들고 난 이후에 이걸 만약에 폐지하면 야당이 잘못 만든 걸 시인하는 꼴이 된다”며 “이 때문에 여야 합의에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 싶다”고 전망했다.


▲[출항 추경호號⑥] 수출로 키워낸 경제, 다변화 못 하면 ‘풍전등화’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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