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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명 피해' 루나 사태, 손놓고 있던 국회 [김효숙의 쑥덕쑥덕]


입력 2022.05.23 07:00 수정 2022.05.23 05:03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법 없어 제재·감독 권한 없는 당국

558만명 지키려면 입법 서둘러야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9개월여만에 처음 4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라이브센터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가장자산 루나와 테라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동향 점검에 나섰다. 시총 50조원이 날아가고 28만명 피해자가 생기면서다. 일주일 전만 해도 10만원대에서 거래됐던 암호화폐 루나는 99% 이상 폭락해 한때 1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파로 다른 가상화폐 가치도 연일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뇌관이 되고있다.


안타깝게도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테라폼랩스를 검사·감독하거나 제재를 가할 권한이 없다. 법적 근거가 부족해서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금융정보법이 마련됐지만, 거래소의 자금 세탁 행위 정도만 감시할 수 있다. "현재 관계법령이 부재해 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당국 수장들의 말이 핑계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법이 없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사건이 터진 후에도 적극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의를 읽고 반영해 법을 만드는 국회가 그간 뭘했는지 의문을 가질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13건 발의돼 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에 1년 가까이 잠들어 있다. 이들 법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치금을 별도 보관하고,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당국의 감독, 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상자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당국의 규제를 받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의 요청으로 '가상자산업권법 기본방향 쟁점'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자신들이 요청한 용역 보고서가 나온지 반년이 흘렀음에도 국회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상황에 이러다보니 정치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루나와 같은 새로운 코인이나 예측하지 못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데 업권법이 없으니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고 반성했다.


디지털화폐, 가상자산이 화두로 떠오른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코인과 가상자산이 생겨났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 뛰어든 이용객만 558만명이다. 국민 10명 중 1명이 투자할 정도로 시장이 성장하는 사이, 대규모 피해자가 생기는 등 법 공백의 부작용이 피부에 닿고 있다.


업권과 당국, 시민사회 모두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외친다. 불공정거래, 불완전판매, 해킹 등을 막아 안전하게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당국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내후년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입법 공백 속에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제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이미 공감대는 마련됐고 전문기관 연구용역까지 마쳤다. 국회는 당국과 협력해 빠른 시일 내 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게 이제껏 손놓고 있던 입법기관이 보여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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