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총파업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은 약 2조원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등은 여전히 미봉책...추후 불씨 남겨
파업 카드로 제시됐던 '반도체 대란', 물류 취약성만 노출된 셈
정부와 민노총 화물연대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에 막판 합의했다. 이로써 총파업은 7일 만에 일단락됐고 화물 운송은 재개된다. 다만 연장 기간이나 제도 범위 등의 추가 논의가 남아 있어 향후 반도체 등의 기간 산업이 또다시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화물연대는 전날 오후 8시부터 3시간 가까이 교섭한 끝에 안전운임제 일몰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5차 교섭만에 이뤄낸 협상 타결이다. 다만 화물연대가 요구해온 전면 확대 및 일몰제 폐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이번 파업의 발단이 된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전자에게 교통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 운전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과로나 과속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 말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폐지를 앞두고 돌연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모든 품목에 확대 적용하고 일몰제를 연장해야한다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를 타격 대상으로 삼아 물류를 막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삼성전자 중국공장 반도체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던 상황이다.
다행히 반도체 업계는 이번 파업에 대비해 원재료 재고를 미리 확보해둔 만큼 직접적인 피해를 받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파업 장기화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것은 맞다. 반도체가 막히면 자동차나 가전 등 모든 분야의 가격 줄줄이 인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몰제가 연장되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최악의 물류 대란은 피했지만, 안전운임제가 가진 근본적 문제를 손보지 못하고 일몰시한만 연장함에 따라 언제든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반도체 기간 산업의 물류 취약성 등도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우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 입장차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3년 연장'으로 보고 있지만, 화물연대는 사실상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장 기간과 확대 업종 등 세부 사항은 국회에서 추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와 기업, 화물연대의 입장 차로 인해 향후 협상에서도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화주와 운송사업자 측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품목별 운임이 40% 가까이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운임 인상에는 속도조절론이 필요하다"며 "수출입기업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 결국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 기간 동안 산업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피해가 1조15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석유화학업계, 자동차업계, 시멘트업계 등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