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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최대 고민은?


입력 2022.07.01 08:08 수정 2022.07.06 06:45        데스크 (desk@dailian.co.kr)

코로나 봉쇄 충격 中 소비자 지갑 닫아

올해 1~5월 휴대폰 출하량 27.1% 급감

단오절 연휴기간 관광수입 12.2% 감소

中정부, 소비쿠폰 등 내수부양에 ‘올인’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빠르게 확산한 지난달 14일 봉쇄조치로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베이징의 한 주거건물 입구에서 남성들이 무료하게 앉아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빠르게 확산한 지난달 14일 봉쇄조치로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베이징의 한 주거건물 입구에서 남성들이 무료하게 앉아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봉쇄여파로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소비(내수)가 여전히 부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올해 1~5월 중국 내 휴대폰 출하량은 1억800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1%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중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600만대로 27% 감소했고, 5G 스마트폰 판매량은 8620만7000대로 20.2% 줄었다.


단오절 연휴(6월 3∼5일) 기간의 중국내 관광수입도 12.2% 감소한 258억2000만 위안(약 5조원)으로 집계됐다고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보도했다. 2019년 같은 기간의 65.5% 수준에 그쳤다. 3~5일 정오까지 영화관 입장권 판매액도 1억7800만 위안에 불과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소비자신뢰지수가 3월 113.2에서 4월 86.7로 26.5포인트나 급락해 199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국가통계국의 분석결과를 전했다.


중국 상하이 치푸루 의류시장의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지난달 17일 한 가게 셔터에는 ‘임대료를 반환하라.’ ‘임대료를 돌려주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겠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상하이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치푸루 의류시장의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지난달 17일 한 가게 셔터에는 ‘임대료를 반환하라.’ ‘임대료를 돌려주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겠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상하이 연합뉴스

상반기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6·18 쇼핑축제 인기 역시 시들해졌다. 지난달 1~18일 열린 ‘6·18 쇼핑축제’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3739억 위안에 그쳤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매출성장률은 전년(26%)에 비해 반 토막 났다. 6·18 쇼핑축제는 중국 2위 e커머스업체 징둥(京東·JD)닷컴이 창립기념일을 맞아 2010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할인행사다. 현재 알리바바·핀둬둬(拼多多) 등 내로라하는 e커머스업체가 모두 참가해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11월11일)와 함께 중국 양대 쇼핑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소비 활력을 가늠하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3월부터 석 달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소비는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과 베이징동계올림픽 열기 등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후 코로나 봉쇄 직격탄을 맞았다. 4월에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월(-15.8%) 이후 2년 만에 최저치(-11.1%)를 주저앉았다. 5월 소매판매도 6.7% 감소했다. 부동산·빅테크(대형 기술기업)·교육규제, 글로벌 원자재 가격상승과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대부분에 창궐한 코로나 충격이 겹치는 바람에 소비가 급락한 것이다.


중국의 소비는 경제회복의 핵심요소로 치부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65.4%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등 소비의 기여도는 더 높아졌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소비는 원만한 내수 중심의 국내대순환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이자 중요한 엔진”이라며 “1분기 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69.4%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악재까지 겹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내수부진은 경제를 본격적으로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이 소비회복이 늦어질수록 중국의 경제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내수부진은 극단적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이 가장 큰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SCMP는 4억명에 달하는 중국 중산층이 칭링팡전으로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소득감소에 시달리고, 이는 소비감소로 이어져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설명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의 부동산투자자 궁원타오는 “해고뉴스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의 주택가격과 임대료, 수입은 대체로 정체돼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함없이 덜 쓰는 것 뿐이다. 정말 무서운 공황 전야와 같다”고 털어놨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소비는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라며 “특히 자동차 소비진작을 위해 신차 교체를 추진하고 신에너지 차량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리 총리가 지난달 18일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경제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쿤밍 신화 뉴시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소비는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라며 “특히 자동차 소비진작을 위해 신차 교체를 추진하고 신에너지 차량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리 총리가 지난달 18일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경제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쿤밍 신화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은 소비를 억제하는 대신 ‘예방성’ 저축을 늘리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의 가계저축 증가액은 7조8561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0.6%나 급증했다. 중국의 가계저축은 춘제 연휴가 있던 2월과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진 4월 줄어들었지만 다른 달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5월 가계저축 증가액은 7393억 위안으로 전년(1072억 위안)보다 7배나 폭증했다. 5월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저축액은 246조 위안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어났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각종 소비촉진 정책을 쏟아내며 내수부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23일 상무회의에서 확정한 ‘경제안정 33개 정책’에는 600억 위안 규모의 차량구입세 감면이 포함된 것이다. 자동차 소비는 내수부양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신궈빈(辛國斌)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은 5월 말 “자동차 소비안정 및 확대정책을 마련하고 신에너지차 보급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생산안정을 위해 지방과 자동차 생산업계가 조업재개를 추진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 원자재 가격안정 업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정부들도 자동차 판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전역 20여개 성)·시급 정부는 지난 4개월 동안 내수 진작책을 줄줄이 내놨다. 34억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과 보조금 지급이 주된 방식이었고 자동차 보유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자동차 구매 쿼터 확대조치도 실시하기로 했다.


지방정부들은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급 카드도 꺼냈다. SCMP에 따르면 베이징시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는 지난달 28일 각각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시는 일반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 차량으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 1만 위안을 지급하고, 우한시는 8000위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광둥(廣東)성 정부는 앞서 5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49종의 신에너지 차량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일각에서는 현금지원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소비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현금지원책이 다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한 사태 당시에도 현금지급 발언이 나왔지만 채택되지 않고 화두를 던지는데 그쳤다. 야오양(姚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현금지급을 통한 소비심리 상승유도 정책을 주문했다. 현금을 나눠주면 소비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소비와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야오 교수는 “코로나19 전염병이 점차적으로 분명하게 약화되는 지금이 소비부양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며 “정부가 현금지급을 위해 지방정부 채권발행을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淸華)대 교수도 “코로나19 피해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구제하고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은행 부행장 출신인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도 “통제구역으로 묶여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가구당 1000위안을 지급할 것을 건의했다”고 중국신문주간이 전했다. 상하이교통대 루밍(陸銘) 초빙교수는 “기업 세금감면과 임대료 면제, 저금리 대출 등의 간접적인 지원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지원금 현금 지급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현금·소비쿠폰 등 가용한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5월 말 주재한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현금지급과 관련해 14억 인구의 국가에서 너무 큰 액수이며 중앙정부가 직접 소비자들에게 지급하기엔 지역개발 불균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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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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