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동반인상에 서민경제 부담
전기요금 혜택 누려온 대기업 인상폭 상승
'상반기 14조' 한전 적자 덜기에는 역부족
가스와 전기요금 동반 인상으로 4인가구 기준 월 요금이 7670원 증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차등 인상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 공공요금 현실화와 물가 안정 딜레마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던 정부가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전자에 무게를 더 많이 둔 결정을 내린 셈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4분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7.4원 오른다. 이미 발표돼 10월부터 적용되는 2022년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인 ㎾h당 4.9원과 연료비 조정요금 ㎾h당 2.5원이 합산된 결과다. 이에 따라 월 평균사용량 307㎾h의 4인가구 월 전기요금 부담은 월 2270원 증가한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이 거론했던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인상도 현실화됐다. 일반용(갑)·산업용(갑), 일반용(을)·산업용(을),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 요금도 모두 1㎾h당 2.5원 오르지만, 산업용(을)·일반용(을) 대용량 고객은 추가 인상하되 공급전압에 따라 고압A와 고압B·C를 차등조정했다. 그동안 전기요금 혜택을 받아온 대기업들에 대한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이다.
이날 경영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이 유례없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식한다"면서도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차등 인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전 입장에선 이 정도 인상 수준으로도 여전히 재무개선을 이룰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14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8월까지 사채를 총 19조8000억원을 발행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15일 산업부에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0원 올려야 한다는 안을 냈다. 4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관련해 한전은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 자체는 환영하지만 인상폭은 한전 적자를 메우기에 부족하다"며 "50원을 요구했지만 이건 직전 분기에 대한 것이지 그전 적자분까지 메우려면 훨씬 큰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인상에 대해서 한전에서 얼마를 해달라 이런 부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기준연료비든 연료비 연동제든 논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가스요금 역시 물가 영향을 고려해 인상되며 서민들의 겨울철 난방비 걱정이 짙어졌다. 다음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된다. 서울시 기준 가구당 평균 월 5400원씩 인상되는 수준이다. 단 내년부터는 그간 누적된 인상 요인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수준인 미수금을 가스요금 정산단가에 반영해 점진적인 회수에도 나선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확정해 예고했던 2022년 가스요금 정산단가만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원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원료비도 함께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보수를 더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이같은 인상 조치는 연료비 상승으로 한전의 적자 폭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인상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LNG 시장 불안이 가중되며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내달부터 적용되는 공공요금 고시가 이뤄진 가운데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과 관련해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한다. 우리 전기 가격이 너무 싸다"며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 역시 전날인 2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51회 입법정책포럼'에 참석해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춰서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단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전기요금을 다 올릴 수 없으므로 나눠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