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죽었다는 것 알아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발표해 러시아 각지에서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20대 남성이 징집에 반대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러시아에서 ‘워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27)이 동원령에 반발하며 투신했다.
그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에 위치한 한 고층 건물에서 스스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페투닌은 세상을 향해 반전 메시지도 남겼다. 지인이 공개한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항의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적혀 있었따.
그는 “내가 전장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암울한 시기 모두 잘 이겨내길 바란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달라”고도 했다.
페투닌은 또 텔레그램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쯤 나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며 “나는 내 영혼에 살인죄를 씌울 수 없다. 나는 그 누구도 죽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푸틴의 폭주에 반발하는 심경도 담겼다. 페투닌은 “푸틴은 모든 러시아 남성을 포로로 잡은 뒤 ‘살인자가 되는 것’, ‘감옥에 가는 것’,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 이 세 가지 선택 사항만을 제시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내 마지막 항의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영상이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로도 퍼지면서 온라인상에는 페투닌을 추모하는 글이 쏟아졌다. 푸틴과 러시아 당국을 규탄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푸틴이 선량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자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되레 시민을 죽이고 있다” 등의 비난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1일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러시아 곳곳에서는 “푸틴을 전장으로 보내라”, “푸틴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 등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징병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국경 도로는 러시아를 떠나려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고, 해외 항공편 가격은 급등했다. 러시아인들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행 직항편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 징병 회피와 관련된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