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총 3분의 1 증발...그룹株 줄줄이 신저가 경신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IPO...중복상장 논란 재점화
카카오그룹주가 가파른 금리 인상과 자회사들의 중복 상장 논란으로 연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오픈채팅 광고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주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낮춰잡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1.57%(800원) 내린 5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6월 장중 최고가(17만3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주가가 71.04%가 빠진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3.54% 하락한 3만8200원, 카카오뱅크는 3% 빠진 1만78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도 9.35% 급락한 3만6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20일 장중 최고가(9만4400원)에 비해 81.14%가 하락했고 카카오페이도 작년 11월 30일 장중 기록한 고점(24만8500원)에서 무려 85.37% 내려 앉았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해 11월 19일 11만6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주가 기준으로 67.07% 떨어진 상태다.
이날 카카오그룹주는 직전 거래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개장 초 4.13% 급락한 4만8800원까지 내려가면서 지난 7일 기록한 52주 신저가(5만500원)를 1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카카오뱅크도 장중 1만7650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장중 3만6350원, 3만735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 7일에 이어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성장주로 꼽혀 온 카카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기조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시가총액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카카오의 시총은 지난해 말 50조1500억원에서 11일 기준 22조3106억원으로 절반 이상 증발했다.
지난해 6월만 해도 네이버와 코스피 시가총액 3~4위를 놓고 경쟁했는데 현재 시총순위는 12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네이버를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던 지난해 6월15일(64조148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함께 미끄러진 네이버(10위)보다 뒤처져 있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가 자회사의 상장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진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간판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이자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내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인 라이온하트가 상장할 경우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계열사를 문어발처럼 줄줄이 상장시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낙폭에 대해 “캐시카우 개발 자회사의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 우려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핵심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 할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룹을 둘러싼 겹악재와 실적 정체기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카카오를 보는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카카오의 적정주가는 이날 기준 10만6100원으로 6개월 전(13만6500원)에 비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카카오가 올해 오픈 채팅에 광고를 도입해 새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직 사업 안착에 대한 관망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내년 예상 연결 영업이익 성장률은 상장 자회사를 제외할 경우 13%로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다소 밋밋한 수준”이라며 “투자 위축기에는 신사업 가치가 부각되기 어려워 장기 전망이 밝더라도 당분간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지분가치 할인과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상장 예정기업들의 지분가치도 할인됐다”며 “카카오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아직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오픈채팅 광고의 경우 선제적인 실적 반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