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철학 따라 유족들,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 기증
'인간 존중' 가치 따라 고인 유산 중 1조원 소아암 등 치료 위해 기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사회환원을 통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고(故)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 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을 지원하며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는 역대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국민들은 고 이 회장의 유족들의 사회환원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지친 국민 위로한 유족들의 '문화·예술품 기증'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언급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작품들을 보시면서 코로나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가치가 높은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에 대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삼성에서도 충분히 운영이나 보관 관리 능력이 있는데 왜 국가에 기증했을까. 우리의 위대한 문화재를 국민, 나아가서는 세계인과 '공유'하자는 회장님의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이란 단어가 전국화,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선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지금 한국 문화는 단군 이래 '최절정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황희 전 문체부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이 불러일으킨 문화유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증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여운을 남겼다"고 언급했다.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역시 "문화재와 미술품을 평생 수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기업활동 이상의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故 이건희 회장께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지금까지 72만명의 관람객들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지방 미술관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도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이 운집하는 상황이다.
컬렉션 감상을 위해 대구-광주-양구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족'도 생겨나고 있다. 해외 미술관도 이건희 회장 컬렉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굴지의 박물관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일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박물관에서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을 일정 기간 맞교환해 전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교류 전시가 성사될 경우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삼성의 지원으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은 165㎡ 공간에 불상, 도자기 등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으며, 메트로폴리탄은 향후 이건희 회장 컬렉션 교류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실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대거 포함된 이건희 회장 컬렉션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되고, 한국실의 규모가 크게 확대된다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이 이뤄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연평균 64점 이었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증 뒤 2020년 4월부터 연말까지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늘었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더불어 젊은 세대로 수요층이 확장되며 한국 미술계는 전례 없는 대 호황을 누렸으며 미술이 더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향유하는 대중문화로서 저변을 확대시키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다.
인터파크티켓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 어느 수집가의 초대' 입장권 예매자 중 2~30대 비율은 70.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 젊은 계층에서 유족분들의 미술품 기증에 대해 호평하며 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BTS 멤버 'RM'은 특별전을 관람할 때마다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등록하기도 했으며,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에도 특별전 관련 해시태그(#)가 2만개 이상 달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건희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2021)'보고서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연평균 관람객 수 310만명으로 추산했다.
국제적 명성이 있는 전세계 60여개 미술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약 246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2144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총 경제유발 효과는 3500억원에 달한다.
또한 19세 이상 전국 남여 1218명을 대상으로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증진'에 대해 76.5%가 긍정 답변을 했으며 ▲'미래 세대의 교육 기회 증진'에 73.5% ▲'우리나라 문화국가 위상제고'는 64.9% 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故 이건희 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 이어받은 '의료 공헌'
'인간 존중' 철학에 기반해 평소 의료 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고인 유지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고인의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家의 '의료 공헌'은 이건희 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대두된 감염병 확산 방지와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국내에서만 매년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난제다.
작년 5월, 고 이 회장 유족 측과 복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기부 기념식을 가졌다.
이를 통해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 위해 7000억원을 기부키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작년 5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일류기업이 국가 중앙감염병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달된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첨단 설비를 갖춘 120~150병상 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국내 민간병원 중 최대 규모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예산에 대한 부담을 덜고 최고의 의료시설을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부금 운용을 위해,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기부금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감염병은 인류의 생명과 안전, 미래 사회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인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신종 감염병이 재발할 것이고 발생 주기나 파급력도 점점 빨라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6%는 '코로나19의 종식은 불가능하고 독감처럼 계속 백신을 맞고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4.4%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코로나19 이후 정책으로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의 인력과 자원 확충, 체계 강화'를 꼽았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이 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 7000억원을 받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감염병병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9% 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이 고인의 '인간존중' 철학을 계승해 감염병 극복에 거액을 기부한 것에 대해 국민들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족의 기부금으로 지방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 환자들도 서울 환자들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방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발족하고 본격적인 사업 개시
서울대병원은 2021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고 전국의 환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사업과제를 발굴함으로서 전국 어린이병원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공모를 통해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수행중으로, 2022년말경부터 환아 검사 및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지난 9월부터 전국 9개 주요 병원과 함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고 있는 전국의 소아 환자들을 위해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