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AI 시아, '시를 쓰는 이유' 출간
오디오 드라마, AI가 연기하고 OST 편곡까지
"AI 창작, 윤리문제 발생 않도록 노력"
시를 쓰는 이유는 묻지 말아주십시오 / 그냥 쓰는 것입니다 /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 -인공지능 시집 ‘시를 쓰는 이유’ 中
‘시작하는 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시아’(SIA)는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태어난, 시를 쓰는 AI다. 카카오브레인의 KoGPT는 60억개 파라미터와 2000억개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시켜 한국어를 사전적, 문맥적으로 이해해 맥락에 따라 자동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미디어 아트 그룹 슬릿스코프는 “문학의 바깥에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시각으로 작업을 했다”면서 “시아와 함께 유희적 글쓰기를 탐구하면서 시아가 쓴 글을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할지 궁금해졌고 그래서 시집을 발간했다”고 전했다.
사이는 앞서 지난 8월 인공지능 시극 ‘파포스’(PAPHOS)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시아를 작가로 한 인공지능 시극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조각가 피그말리온과 그의 조각상 갈라테이아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이름 ‘파포스’에서 가져왔다. 공연에선 시아의 시 약 20여편을 구성해 시극으로 꾸몄다.
카카오브레인은 시를 쓰는 AI 시아는 물론, 그림을 그리는 AI 칼로도 선보였다. ‘칼로’는 그동안 카카오브레인이 공개한 ‘minDALL-E’ ‘RQ-Transformer’ 등 초거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발전시켜 하나의 페르소나로 재탄생한 AI 아티스트다. 1.2억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하여, 이해한 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화풍과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앞서 칼로는 현대미술가 고상우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생성한 1000개의 다양한 호랑이 이미지를 조합해 디지털 작품을 재탄생시켜 전시회를 진행한 바 있다.
카카오브레인 김세훈 리서치 디렉터는 “AI 칼로의 경우 모델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데 주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에 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모델이 북미, 유럽에서 제안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생성 능력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AI 칼로가 생성하는 그림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습 데이터 정제 및 고도화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외부에 공개되어 있는 데이터셋을 활용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데이터 수집 및 정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1차 버전인 데이터셋 코요(Coyo)를 외부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시를 쓰는 시아, 그림을 그리는 칼로 만큼 큰 주목을 받은 건 ‘작곡하는 AI’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지니뮤직이 공동 제작한 오디오 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 오디오 드라마에는 총 19명의 출연진 중 8명의 배역을 AI 보이스가 연기했다. 특히 OST는 테이의 ‘같은 베개’를 AI가 편곡해 작품에 담아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이 소설의 분위기는 지쳐가는 일상에서 휴식을 선사하는 모두가 공감하고 힐링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원곡을 오디오 드라마가 가지는 페르소나와 어떻게 잘 연결시켜서 메시지 전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편곡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편곡을 하면 편곡자 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이 더 반영되게 된다. 하지만 AI는 가장 객관적으로 오디오 드라마에서 원하는 분위기와 콘셉트로 악기를 선별하고 멜로디라인을 재편집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작품을 읽은 많은 청취자들은 AI가 편곡하고 이소정 씨가 부른 ‘같은 베개’ 리메이크 버전이 드라마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남겨줬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내외에선 ‘창작하는 AI’ 개발이 한창이다. 미국 AI 연수고 오픈AI에서 개발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구현해주는 ‘달리’, 국내 최초 작곡하는 AI ‘이봄’, 디자인 패턴을 만드는 아트큐레이터 ‘틸다’ 등 국내외에서 창작하는 AI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AI가 한 박람회에서 최우수작(1위)으로 꼽히는가 하면, 영국 의회 청문회에 AI 로봇 에이다(Ai-da)가 참석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에이다가 그린 그림들은 여러 미술관과 화랑에 전시됐고, 첫 개인전은 2019년 2월에 옥스퍼드대에서 했다. 작년에는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올해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었다.
AI가 예술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성장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지니뮤직 측은 “(작곡 AI를 활용하게 되면) 기존의 작곡비용에서 최소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곡을 다양한 분위기, 템포, 멜로디로 계속 재창작해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면서도 “AI는 딥러닝을 통해 학습을 해야 한다. 현재 저작권법상 기존 저작권 있는 곡을 AI 학습에 활용 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도록 되어있다. 이에 AI는 기존 곡이 아닌 인간창작자들이 만든 원시데이터음악으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딥러닝에 어려움이 있고 그만큼 학습에 걸리는 시간도 길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 김 디렉터는 “같은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 하다. 또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창작물을 제작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신기한, 흥미로운 결과물 들이 많다. 더 많은 대중들이 기술을 접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기술의 활용처가 많이 발굴될 것”이라며 “AI의 창작물을 활용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분들도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제약이 많이 사라질 것 같아서 더 창의적인 콘텐츠가 많이 생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림 인공지능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사용자 분들이 처음에는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생성한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사용하면서 여전히 한계점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사람이 보정하는 형태로 그림 인공지능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AI가 포토샵과 같은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