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역전 현상' 속출, 집 팔아도 보증금 마련 어려워
"전세자금대출 전셋값 버블 키워…한도 줄여나가야"
올 들어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매매가가 1년 전 전셋값 보다 아래로 거래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도 내려가고 있는 추세라 집주인들은 다음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기존 임대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졌다. 전문가들은 집값과 전셋값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깡통전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영통아이파크캐슬1단지 전용면적 75㎡는 지난달 17일 6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전세가격(6억4000만원)보다 3000만원 낮다. 만약 세입자가 게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하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다. 현재 전세시세도 4억원 수준으로 다음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2억4000만원 가량이 부족하다.
화성시 병점역에듀포레아파트 전용 75㎡도 지난해 전세가(3억4000만원) 보다 낮은 3억1000만원에 지난달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매매가 최저 시세는 3억원이고, 전세 시세는 1억9000만원 수준이다.
화성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쪽에 매매가가 전셋값 보다 낮게 거래된 단지가 수두룩하다"며 "거기다 전셋값은 계속 내리고 있어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기존 임대보증금을 맞춰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의 역전현상까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역전세는 전세 계약 시에 비해 만기 시 전셋값이 하락한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2년 전 전세가격(17억원) 보다 4억원 가량 하락한 13억원에 지난달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올해 2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가 절반 수준인 11억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계약 갱신 시기 깡통 전세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놓는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매도를 해도 전셋값 보다 낮아 보증금을 되돌려 주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셋값 하락도 변수다. 보통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면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전셋값이 하락해 이를 통해서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매·전세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금리는 더 올라간다"며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집주인이 아니라면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 수 있다. 지난해 높은 금액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이들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 지원 명목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쉽게 내준 것이 그동안의 전세가격 거품을 만들어냈다"며 "점진적으로 한도를 줄여가야 한다. 한도를 줄이지 않고서는 깡통전세가 내년으로 끝날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