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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뭄 2023-①] '1% 저성장+5%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


입력 2023.01.02 06:00 수정 2023.01.03 09:5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역대급 경기침체 예고

인플레에 생활고 가중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풀렸던 유동성이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로 거둬 들여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저 성장 심화 속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권과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에도 유동성 한파가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축으로 인한 돈맥경화(자금경색)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치며 재난급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는 5%대의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부터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찾아오는 스테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엄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과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6%와 1.7%다. 다른 국내 연구기관들도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낮춰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를, 한국개발연구원은 1.8%를, 한국금융연구원은 1.7%를 제시했다.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내려 잡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도 같은 해 9월 한국의 성장률을 1.9%로 예측했다. ING은행은 0.6%로 가장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1%대 이하의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가 각종 환란을 겪었을 때나 접해본 수치다. 1980년 오일쇼크(-1.6%)와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0.7%) 등에 이어 1954년 통계 작성 이후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경기 하락 등 수출이 부진하면서 우리의 경제 성장 동력인 무역에 적신호가 켜진 영향이 크다. 한은은 무역적자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난해 883억 달러에서 올해 25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에도 280억 달러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기관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연합뉴스

문제는 이처럼 경기 둔화가 심화되는 와중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 입장에서 경제는 침체 국면인데 당장 지출을 줄이기는커녕 출혈이 커지게 되면서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현실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 넘게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전년보다 5.1% 올랐다.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5% 내외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3%대로 내려가겠지만, 상반기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5% 안팎의 높은 물가 상승이 점쳐진다.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4%대 초중반까지 높아졌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9월 9.0%를 기록하며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근원물가의 지난해 연간 상승률은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 3.6%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활동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태를 일컫는 표현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해 7월 경제학자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단계'로 본 응답자가 21명(54%)이었다. 이미 '진행된 상태'라고 본 응답자도 2명(5%)있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23명)는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불안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경기 부진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음 달 이창용 한은 총재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라며 "하반기는 반등할 것이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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