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사업 비중 큰 하이닉스, D램 판가 하락 영향
지난해 4분기 실적 영업 적자 전망 나와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 이어질 것으란 관측도
삼성전자의 4분기 어닝쇼크로 업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 혹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기업 투톱인 SK하이닉스의 경우 4분기 영업적자 가능성도 제기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6조9254억원보다도 2조6000억원가량 하회한 수치다. 분기 기준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래 8년만에 가장 낮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8.58% 줄어든 70조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으로는 무려 300조를 돌파했다. 사실상 많이 팔고도 수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통상 4분기는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엔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가전사업 부진과 반도체 불황까지 함께 겹쳐 실적 부진이 더 깊었다.
확정 실적 집계 이전 발표되는 잠정 실적 특성상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실적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 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고 메모리 사업이 부진했음을 밝혔다.
이에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역시 주춤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806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1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20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그 규모가 네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난 4분기 실적 영업손실이 날 경우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3분기(영업손실 150억원)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D램 판가 하락 영향으로 그 적자 폭이 기존 전망치를 뛰어넘어 1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구조에서 70% 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D램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다. 9월까지 4달러대를 유지하다 점차 계단식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에선 반도체 불황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 절벽과 판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대비 17%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1조3256억원, 1조28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적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방어 측면에서 본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개선세에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