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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너무 헷갈려"…실랑이 벌이는 노마스크 승객과 버스 기사


입력 2023.02.01 15:38 수정 2023.02.01 15:4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2년3개월 묶어둔 마스크 봉인 해제하면서 곳곳 혼란

지하철·버스는 쓰고 승강장는 풀어 실효성 의문

학교·기업·산업체 각기 다른 지침에 형평성 논란

서울 중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 다만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염취약시설(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정신건강증진시설·장애인복지시설), 의료기관·약국, 대중교통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예외적으로 유지된다.


2년 3개월간이나 묶어둔 규제를 처음 완화한 만큼 도심 곳곳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대중교통 등 부분적으로 규제가 적용되는 장소에서는 "그럴 바에 차라리 쓰자" 아니면 "일괄 풀어버리자"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많은 인파가 오가는 지하철역은 이러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났다. 의무 해제 이틀 째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 승강장은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승객은 찾기 힘들었다.


한 승객은 기자의 질문에 "개찰구부터 승강장까지도 많은 인파라 오가는데 지하철 안에서만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승객이 없는 점은 사람들이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한 단적인 근거"라고 지적했다.


다른 승객은 "지하철을 타려면 어차피 마스크를 들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며 "지하철 안에서만 번거롭게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계속 쓰고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해제를 착각한 탑승객이 버스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세종시 도담동의 한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 버스에 오르려 하자 기사가 "마스크 쓰라"며 제지했다. 이에 승객이 "아니 실내 마스크 규제가 풀렸다는데 무슨 소리야"라며 고성이 오가면서 한 동안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 승객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로 "버스에 탑승하면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웬지 모르게 정류장에서 벗고 있으면 주변 눈치가 보인다"며 "차라리 쓰고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마스크 착용이 그동안 일상화된 탓도 있지만 대중교통의 경우 인파가 밀집돼 감염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약국에 입장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다중이용시설 내 약국이 있거나 대형병원 내 편의점이 위치한 경우도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부천시 소재 이마트 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 씨는 "마트를 방문할 때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았다가 약국에까지 쓰지 않고 들어오는 고객이 많다"며 "갈수록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더 큰 혼선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마스크 규제를 풀었지만 학교나 기업체 등에서 각기 다른 방역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시행한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제7판에 따르면, 실내에서 다수가 밀집돼 비말 생성이 많아 학교장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할 수 있다.


즉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각 학교장에게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마스크 착용 지침이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수업에서 증상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은 학생은 마스크를 쓰게 할 수 있다"며 "특히 주간 조회나 입학식, 졸업식 등 단체로 모이는 행사에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과 산업체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여의도 소재 한 제약바이오기업은 정부의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에도 '회의실 2인 이상 출입 시 마스크 착용' '업무 시 마스크 착용 권장' 등 보수적인 지침을 유지했다.


이 회사의 직원 김모(36)씨는 "부서 내 사람들의 90%는 자리에서 일할 때에도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상사와 후배가 다 쓰고 있는데 벗기가 부담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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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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