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공식 출범
새로고침 "정치 세력화 된 기존 노조로부터 본질 되찾겠다"
'애물단지'에서 직장인들의 '희망'된 MZ노조
노동계에서 소외됐던 2030세대가 기존 주축인 4050세대를 위협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기득권 노조’, ‘정치노조’로 변질된 노조의 본질을 되찾겠다며 ‘기성 노조’에 반기를 들면서부터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노조가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1일 서울역 동자 아트홀에서 공식 발대식을 개최한다.
새로고침의 주축은 2030세대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와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등 8개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됐다. 조합원 수는 약 6000명이다.
새로고침은 노조의 본질을 지키겠다며 탄생했다. 기존 노조의 구태가 이들이 뭉치는 데 한몫 한 것이다.
실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정치·노동환경이 크게 바뀐 상황에서도 정치적 구호와 불법·폭력 시위 방식이라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노동자의 복지 증진과도 관련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노동자들에게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정치 세력화 된 기존 노조에 우리는 ‘노동조합’의 본질을 지키고 싶어 모였다”며 “정치적인 구호보다 노동자 권익 향상에 집중하며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새로고침은 2030세대가 주축이긴 하지만 다양한 나이대를 아우르고 있다. 기성 노조에 대한 불만이 단지 젊은 세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노조 이미지와 문화 개선도 이뤄내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송시영 부의장은 “협의체의 90%가 2030세대지만, 30대와 40대 초반이신 분들과 50대인 분들도 있다”며 “기존 노조처럼 거짓말 하지 말고 제대로 되고 바른말만 하라며 응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MZ노조의 신호탄은 2021년부터
새로고침의 역사는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MZ세대로 이뤄진 ‘대기업 사무직 노조’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그 해 상반기 LG전자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금호타이어 등에서 사무직노조가 우후죽순 출범하기 시작했다.
노조의 연령대 비중이 40대에서 50대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90년대생이 등장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생은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먼 세대기도 했다.
사무직 노조는 ‘공정’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어 사무직 직원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환경, 연봉 체계, 직책 등 생산직과 사무직의 노동 환경이 모두 다른 상태에서 기존 노조가 이들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산정 기준에 불만을 갖고 있어도, 소통창구가 없어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송 부의장은 “대기업 사무직 노조의 경우 성과급 분배가 트리거가 됐다”며 “공정성이 없단 지적으로, 젊은 애들도 열심히 일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만한 처우를 받지 못해 생산직과 사무직 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기적인 존재’에서 없으면 안 될 존재된 MZ노조
이들을 향한 시선도 지난 2021년보다는 사뭇 달라졌다. 이기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MZ세대’가 모였단 이유로 사무직 노조에 대한 첫 시선은 차가웠으나 이제는 오히려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동안 MZ노조의 영향력은 실제로 대단했다.
지난 2021년 “올해 임금인상이 역대급이었다”며 직장인 커뮤니티 블란인드에서는 LG전자 사무직 노조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한 작성자는 임금인상의 원인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면 사무연구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게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실시했는데, 84.6%가 사무직 노조 덕분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당시 사무직노조 출범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음에도 임금인상 성과만큼은 직원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는 실제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한노총 산하 노조가 그간 회사 눈치를 보며 임단협에 임해 ‘어용노조’란 비판을 받아왔었는데, 사무직 노조 출범으로 위기감을 느껴 임금인상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사무직 노조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노조의 핵심인 ‘교섭권’ 확보도 가능해진 게 고무적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는 최근 금호타이어가 “사무직과 생산직 노조의 교섭권 분리는 불합리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의 사무직 노조는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회사와 교섭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는 지난해 8월 “생산직 노조와 따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요청했는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사무직과 생산직의 업무 공간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교섭권 분리를 인정했다.
송 부의장은 “우리를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이제 불합리하다거나 말도 안되는 요구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을 해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