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NFC단말기 보급 관건
오픈페이 시장 영향력 미비
삼성·네이버페이 경쟁력↑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이달 국내 서비스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카드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애플페이에 대항하기 위해 카드업계가 일찌감치 오픈페이 동맹을 맺었지만, 최근엔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는 등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카드사들과 애플페이, 네이버‧삼성페이 등 합종연횡 전략이 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된다. 금융권은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오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3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출시된 후 전세계 74개국에서 약 5억명이 사용 중이다.
업계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독점을 포기했지만 당분간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다.
다만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이 미비한 상황인 만큼 보급률이 애플페이 국내 안착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애플은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티머니·캐시비 등 교통카드 사업자들과 별도의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현대카드가 NFC단말기 보급 등 여러 난제를 안고 있지만 결국 애플페이를 등에 업고 브랜드 상승 효과는 물론 점유율 상승을 이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애플과 현대카드는 롯데리아‧KFC‧빽다방‧할리스‧파리바케뜨 등을 우선 적용대상자를 선정해 애플페이 결제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의 간편결제 시장 경쟁 도전장에 관련 업계도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지난 20일 결제와 웰렛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 지 약 2주 만이다.
삼성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삼성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보안 전송 단말기에 갖다 대면 물건을 살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국내에서 카카오 지도 서비스를 활용해 내 주변에서 활용 가능한 멤버십과 혜택을 한눈에 제공하는 ‘내 주변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4대 카드사들도 지난해 12월부터 자사의 오픈페이 서비스를 운용하는 등 페이 시장에 적극적이다. 오픈페이는 한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연동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 21일 ‘로카페이’를 출시하며 페이 시장의 후발주자로 합류했다.
BC카드는 3월, 우리카드는 6월 중 서비스를 개시하고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 제공한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결제 서비스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간편결제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재 시장 내 주도권은 네이버·카카오·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쥐고 있는데, 해당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오픈페이가 시장 예상보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면서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시장 영향력은 더욱 밀려나는 모양새다. 업계 2·4위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참여를 확정짓지 않은 점도 오픈페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업계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온라인 결제 부문 강화도 악재로 보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특허청에 현대페이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간편결제 시장 참여를 예고하는 등 카드사들의 시장 내 입지도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결국 NFC보급률이 관건이지만, 출시와 함께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