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약산업 육성책 제시...中·日 이미 발표
업계 “中·日과 격차 인정...인프라 개선 시급”
전 세계가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낙점한 가운데 동북아 3국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중·일 모두가 바이오 산업 육성을 중장기 정부 과제로 삼으면서 동북아 ‘바이오’ 패권을 쥘 곳은 어디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은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4일 ▲연구개발(R&D) 강화 ▲수출 지원 ▲인력 양성 ▲제도·인프라 개선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을 최우선 전략과제로 선정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장기적 육성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정부 최초의 바이오 분야 중장기 계획인 ‘바이오경제 14·5 규획’을 발표했다. 몇 해 전 발표한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와는 달리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은 2019년 6월 ‘바이오전략2019’를 수립한 이후 매년 바이오 관련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인재육성과 혁신생태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 ‘통합혁신전략 2022’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을 이어왔다. 특히 부처간 연계 강화와 중복 및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내각부에 건강의료정책본부를 신설하고 바이오분야 컨트롤타워인 ‘AMED'를 2015년 설치했다. AMED는 일본 제약바이오 산업계 R&D 분야에 최근 5년간 8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한 바 있다.
이처럼 세 나라가 일제히 제약바이오 산업에 관한 정부 지원책을 발표하는 것은 보건 안보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팬데믹의 중심이 되었던 동북아인 만큼 한·중·일 모두 ‘넥스트 팬데믹’을 경계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규모나 시기 면에서 한국은 조금 뒤처져 있다. 일본은 1961년 의료보험제도 내실화와 함께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육성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일본의 의약품 관련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2조1591억 엔으로 원화로는 120조원 규모에 이른다. 글로벌 상위 50대 제약사 목록에도 동북아 3국 중에는 일본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올라가 있다. 일본은 매년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다케다 제약을 비롯해 8곳이 글로벌 빅파마다.
중국은 시기적으로는 명백한 후발주자이나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 투입으로 단기간에 시장 규모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기준 중국 의약품 관련 시장 규모는 3조8200억 위안, 우리 돈 73조원 수준이며 지난해 시장 규모는 4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상위 50대 제약사 역시 4곳이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관련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불과하다. GDP 등 국가 규모를 고려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진 모습이다.
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산업 육성을 향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환영한다”며 “신속한 규제완화가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현재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좋은 기술이 나오더라도 인프라나 낙후된 규제에 의해 제품화, 또는 매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라며 “일본, 중국의 경우 막대한 돈과 시간을 통해 그러한 인프라를 이미 갖췄기 때문에 유럽, 미국의 강세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전문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 등 기본적인 것에 집중해 토대를 닦는다면 이미 기동력을 갖춘 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활약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