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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떨어지면 반도체는 어쩌나' 우리 기업 대비 현주소는


입력 2023.05.31 15:00 수정 2023.05.31 15: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불거진 '지정학 리스크'..."TSMC 탈(脫)대만 남일 아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 연속성 관리' 능력 눈길

업계 "돌발 상황 대비 강화해 고객사 신뢰 얻어야"

대만 신주공업단지 내 위치한 TSMC 본사 전경. 최근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해외로 생산 거점을 확대 중이다.ⓒTSMC

31일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이라 주장한 발사체가 우리 서해로 떨어지면서 국내 지정학적 이슈가 산업으로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는 최근 대만과 중국 간 위기감 고조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 TSMC가 '탈(脫)대만'하는 현상과 맞물리며, 남북 위기로 인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 변화에 대한 우려 섞인 관심도 자아내는 모습이다. 반도체가 국가를 견인하는 '대체 불가' 핵심 산업이 된 만큼, 상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매뉴얼화하는 노력이 헛된 수고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26분 기준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00원 하락한 7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300원 하락한 10만9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밤 뉴욕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 관련주가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폭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는 달리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최근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은 급변하는 추세다.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너무 커서 중국도 자국 산업에 미칠 영향도를 감안해 대만을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는 TSMC의 '반도체 방패' 이론은 슬그머니 종적을 감췄다. 지난달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대만 TSMC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중국 항공모함은 대만해협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대만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 생산 기지를 빠르게 확대 중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 사업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 거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흥·평택 등을 비롯한 경기·충청권에, SK하이닉스 역시 이천·청주 등의 경기권에 대규모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팹이 집중적으로 밀집해 있는 상태다.


이날 북한이 쏜 발사체가 기능 이상으로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2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낙하함에 따라 소규모 테러나 우발적인 사고가 주요 산업 시설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산업시설은 기업을 넘어 국가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로 꼽힌다. 예기치못한 재난 상황이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잃게 만들어 사업 경쟁력을 저하 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각 기업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강화돼야하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화재, 지진, 가스 누출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한 비상시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양사 모두 '사업 연속성 관리 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22301'를 획득한 상태다.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해당 인증은 각종 재해와 재난 등으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최단 시간 내에 핵심 업무를 복구해 사업 정상화가 가능한 능력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어진다.


이처럼 양사 모두 재난 대응 매뉴얼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쟁 및 테러 등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가 되면 국가 지침에 따른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세부 사항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외비라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군 중 전시에 방위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업종들이 몇몇 있다. 단순히 시설 관리 및 대응 매뉴얼 외에도 방위사업청 ,국방부 등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는 것으로 안다"며 "항공, 차량 등이 대표적인데 반도체의 경우도 좁게 보면 민간 기업 사업이라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사실 국가 영속성을 위한 산업 아니냐. 별도 매뉴얼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다만 그럼에도 격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응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업장을 다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현 위치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관리 및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놔야 소위 '장사'를 할 것 아니냐"며 "터무니없는 일로 치부하기보단, 동원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들이 타이완 리스크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지 몰라도,중요도가 높고 대체가 어려운 국가기간산업인만큼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점검하고 양안관계·남북관계 등을 정세를 보며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만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중국이란 나라가 대척한 상태다. 우리도 북한과 대치상태라고는 하나,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있지 않느냐. 이러한 정세를 감안하면 상상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시 리스크를 줄이고 힘들게 쌓아올리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미래에도 공고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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