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시장 강화로 한국제품 경쟁력 떨어져
근본적인 사업 구조 탓, 표면적인 마케팅 차이
"中 시장 향한 LG·삼성의 '선택과 집중'은 대동소이"
LG전자가 성장 잠재력이 큰 중동·아프리카에서 현지 특성을 감안한 사회공헌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LG전자 사우디법인장 정연욱 상무(왼쪽에서 네 번째)가 수도 리야드 인근에서 진행된 나무심기 활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LG전자
국내 양대 가전 제조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코로나 엔데믹과 찾아온 불황을 뚫을 방편으로 최근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 시장을 향한 양사의 미묘한 전략 차이가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中 시장 경쟁력 저하에 LG "더 큰 시장으로"
15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지역 매출은 2조6395억원으로 전년도인 2조6009억원 대비 불과 1.48% 상당 증가했다. 동기간 21% 가량이 올라 지난해 연기준 매출 3조3572억원을 올린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보다 7177억원이 더 적은 수치다.
이처럼 LG전자는 최근 점차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중국 시장 외에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 시장으로 넓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내수 강화를 위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 등을 펼치면서 중국 브랜드의 중저가 제품들에 비해 현지 경쟁력을 상당 부분 잃은 탓이다.
이후 TV와 같은 전통 가전 부문에서 샤오미, 하이센스, TCL,하이얼 등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등 자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LG전자는 지난 2020년 8월 중국 현지 일부 오프라인 가전제품 매장 철수 수순을 밟기도 했다. 현재도 생산·R&D·판매 법인을 운영 중이나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LG전자가 전방위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곳은 중동·아프리카 및 인도 시장이다. LG전자의 해외 지역별 매출실적을 보면, 2021년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연간 매출(2조7747억원)은 처음 중국 시장(2조6009억원)을 앞질렀다. 이후 지난해 그 격차를 7000억원 이상 벌렸다.
실제로 최근 LG전자는 해당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먼저 인도 시장의 경우 LG전자가 26년 전부터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재 판매를 비롯한 생산·R&D센터를 구축 중이다. 2021년 기준 인도 법인 매출은 2조6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전체 매출의 4% 가량에 불과하지만, 인도가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한 시장임과 동시에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을 보인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 영향력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업계 지배적 관측이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인도 현지 생산공장 라인 증설에도 나섰다. 올해 초 인도 푸네 공장에 20억 루피(한화 약 305억원) 가량을 투자해 양문형 냉장고 라인을 증설했다. 푸네 공장 연간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인도 가전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동 시장도 LG전자가 눈독 들이는 곳 중 하나다. 최근 LG전자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목하고 있다. 초대형 미래 신도시 건설 사업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가전은 물론 모빌리티·로봇·에어솔루션·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2023 중국 테크 세미나'를 개최해 2023년형 TV와 생활가전 제품들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여전히 삼성전자에 있어 '큰 손'
삼성전자의 경우 조금 상황이 다르다. 경쟁사와 달리 모바일 및 반도체 등의 사업 구조로 인해 중국 시장의 비중이 남다르게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수·수출을 포함해 북미 대륙 다음으로 매출 현황이 높은 곳이 중국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시장 연매출은 54조6998억원으로 미주 지역 65조9617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년도인 59억7247억원 대비 8.4% 가량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삼성의 전체 매출 비중에 있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경기 위축 및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인해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생겨나며 삼성전자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7조9153억원이다. 전년도 14조9600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도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대신 다른 시장 공략에 더 힘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도 했지만 여전히 삼성은 기타 해외 시장과 함께 중국 시장을 함께 두드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베이징에서 '2023 중국테크 세미나'를 열고 올해 TV 및 생활가전 신기술 등을 선보인 것이다.
해당 세미나에서 삼성전자는 ▲2023년형 Neo QLED 8K, 98형 QLED, OLED의 업그레이드된 화질 ▲강력해진 게이밍 경험 ▲더 프레임의 매트 디스플레이 ▲스마트 캘리브레이션 등 TV 신기술과 더불어 ▲비스포크 세탁기와 건조기 등과 관련한 기술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전세계 주요 지역 테크·라이프스타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테크 세미나'를 열고 TV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해왔지만, 이번 행사가 앞선 행사들과 다소 차이점을 보인 것은 TV 외에 가전 제품 기술도 적극 홍보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과 가전이 중국 내수 진흥 정책과 자체 기술 개발 등으로 현지 시장 입지가 좁아지자 경쟁력 저하를 타개하기 위한 마케팅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한종희 DX 부문장 직속하에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해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중국이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자 중요한 공급망"이라며 "전반적인 전략에서 LG전자 등 경쟁사와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인도 등 비(非) 중국 아시아 국가를 공략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마케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것이 표면적인 차이일뿐 근본적인 전략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업계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소위 불공정 경쟁을 벌인 탓에 한국 기업, 즉 중국에 있어 외산 기업에게 중국은 애매한 시장이다. 이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중(對中) 전략은 삼성·LG 양사가 비슷할 것"이라며 "다만 그럼에도 프리미엄 수요가 분명 있기에, 그에 대한 대응의 형태가 각 기업의 사업 구조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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