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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쫓으려다 사면초가에 놓인 KBS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3.06.25 07:30 수정 2023.06.25 07:3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연말 시상식이 소위 ‘수익 당기기’의 장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돈을 좇는 시상식이라 하더라도 공영방송이, 그것도 일본에서 명분 없이 개최된다는 걸 대중이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KBS는 올해 12월 9일 ‘2023 가요대축제’를 일본 사이타마현 토코로와지시에 위치한 베루나 돔(세이부 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가요대축제는 한 해를 빛낸 케이팝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이다. 이전까진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됐고, 지난해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됐다.


ⓒKBS

갑작스러운 KBS의 일본 개최설에 대중은 곧장 반발했다. 아직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앙금이 남은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공영방송인 KBS가 일본에서 연말 축제를 개최하는 건 다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근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국내에선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KBS 홈페이지에는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 반대 청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 중 “KBS는 공영방송사 아닌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본에서 연말 무대를 진행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일본 공연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청원은 반나절 만에 답변 기준인 1000명, 24일 오전 기준 18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KBS는 30일간 1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동의하면 책임자가 직접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는 시청자청원 운영세칙을 두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시청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가요대축제’ 일본 공연은 아직 검토 단계로 확정은 아니”라는 해명만 내놓았지만 이미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일본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의 비아냥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다. 다수 네티즌은 “NHK ‘홍백가합전’을 한국에서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내놓았다.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연말 가요제다.


KBS가 이런 상황에 놓인 건 순전히 ‘수익’만 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티켓값이 국내에 비해 훨씬 높아 수익을 생각하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시청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왔음에도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 몇몇 케이팝 시상식은 꾸준히 해외에서 개최되어왔다. 통상 국내 지상파의 연말 가요축제는 당첨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한 프로그램의 방청객이 되는 셈이다. 수익은 대부분 광고에서 충당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최한 ‘마마 어워즈’의 경우 지난해 지정석 2일권 티켓을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한 바 있다.


사기업의 이익창출에도 ‘국내 가수들의 축제를 왜 해외에서 개최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일본 개최를 곱게 봐줄 수 있을까. ‘수신료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KBS가 어떤 결정을 하고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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