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교통사고 치사율, 맑은 날보다 1.4배↑
침수 시 부품 교체에서 폐차까지 재산 피해
사전점검, 감속운전 등으로 침수·사고 예방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에서 폭우로 물에 반 이상 침수된 차량 위에 앉아 있던 남성의 사진이 화제였다. 당시 1만여대의 침수차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사방이 물난리가 난 가운데에서도 정장 차림의 남성은 침수된 차량 보닛 위에서 모바일 기기를 들여다보는 등 다소 평온한 모습처럼 보여 ‘서초동 현자’ 등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 별명 값을 하듯 남성의 행동은 현명한 처사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일을 두고 주변 침수 상황이 심각해 무리해서 대피하는 것이 더 위험하고 차량 지붕 위에서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지난 25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기간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에는 엘리뇨 현상으로 폭우가 빈번하고 강수량도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역대급’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역대급 장마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대량의 침수차 피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전과 자동차 수명, 중고차 잔존가치를 지키기 위해 ‘서초동 현자’처럼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둬야 한다.
당신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한 경고
역대급 장마가 와도 우산 외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무관심은 사고 위험성을 키우고 막대한 금전적 손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눈길보다 빗길의 위험성에는 경각심을 덜 갖는 운전자도 있다. 하지만 눈길은 체인이나 염화칼슘으로 미끄러짐 사고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만, 빗길 운전은 보조 장치나 안전장치가 딱히 없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빗길 교통사고 분석 결과 치사율이 100명당 2.1명이다. 이는 맑은 날 1.5명보다 1.4배이며 고속도로 치사율은 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차와 승용차는 부분침수라도 일단 폐차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어 재산 피해가 클 수 있다. 국산 전기차의 경우는 배터리 등 주요 장치에 있는 수분감지 센서가 물이 스며들면 자동 정원을 차단해 감전 예방을 하긴 하지만, 빗물로 바닥이 파인 곳을 지나는 등 하단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 고장이 나면 보증수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배터리 고장이 나면 공임 포함 2000만원까지 교환비를 내야 할 수 있으며 수입차는 더 비쌀 수 있다. 경유차의 경우 머플러에 미세먼지 줄이는 고가 장치가 있어 장맛비가 역류하게 되면 성능 저하는 물론 수백만 원대의 교체비용이 들 수 있다.
출발 전에 사전 대비
빗길 주행에 나서기 전부터 몇 가지 점검을 해야 한다.
우선 침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 자차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만약 가입하지 않았거나 저지대 주차나 위험 지역 통과로 침수되거나 선루프나 창문을 열어뒀다가 발생한 침수 피해 등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기차는 장마에 취약해 습기 제거에 신경 써야 한다. 비가 그친 뒤 전기차 엔진룸의 습기는 보닛을 열어 없애는 것을 권장한다. 이때 엔진룸 주황색 배선은 고압선이므로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또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절연형 전용 부동액을 사용해 과열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일반 자동차용 부동액을 사용하면 과열로 인한 화재와 고장의 위험성이 있어 혼합하면 안 된다.
미쉐린코리아에 따르면 타이어의 경우 기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공기압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기압이 과다하면 노면 충격 흡수력이 약해지고 길에서 튀어올라 미끄러질 수 있다. 공기압이 부족해도 제동 능력과 조향 성능이 떨어진다. 월 1회 제조업체의 권장 공기압을 참고해 적정 공기압을 맞추는 것이 좋다.
마모가 심한 상태에서 물기를 머금으면 타이어 접지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타이어 그루브에 표시된 마모 한계선을 확인해야 한다. 마모 한계선인 1.6mm에 이르기 전 타이어 교체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와이퍼, 워셔액, 브레이크, 램프류 등을 점검해야 하며 외관 손상은 도색 후 광택, 왁스 작업으로 차체 부식을 방지한다.
빗길 주행을 하게 된다면
빗길운전 시 내비게이션 주행은 지양하고 저지대나 위험 지역은 무조건 우회해서 가야 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리면 운행 자체를 지양해야 하며 운행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면 즉시 주행 속도를 최소 20%에서 50%까지 줄이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1.5배 이상 유지해야 안전하다.
또 타이어가 배수를 적절히 하지 못하게 되면 차량의 바퀴가 물 위에 떠서 미끄러지는 ‘수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느려지는 등 징후가 있다면 접지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도 속도를 줄여 주행해야 한다.
맨홀 뚜껑, 교각과 도로를 잇는 구간, 공사 등으로 도로를 덮어 놓은 철판 표면은 미끄러워 피하거나 감속을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브레이크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빗물이 타이어 절반 부근이면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차량 천장이 아니라 타이어가 잠기면 침수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동을 잘못 걸면 엔진 내부로 물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수 있어 시동을 걸면 안 된다. 보닛을 열고 배터리 단자를 분리하는 응급조치 뒤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경사로보다는 평지에 주차하고 경사로에 주차해야 한다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돌 등으로 지탱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아뿔싸! 침수가 됐다면
만약 침수가 됐다면 먼저 전자제어장치, 엔진오일, 변속기오일 등의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침수가 됐다면 오일을 2~3번 교환해주고 엔진룸과 차 내의 흙 등 이물질은 압축공기와 세척제를 이용해 제거한다. 각종 배선은 커넥터를 분리한 뒤 깨끗이 씻어 말리고 윤활유를 뿌려줘야 한다.
하지만 침수가 심한 차는 사실 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고 자차 손해보험 보상금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침수차 이력으로 잔존가치가 하락해 폐차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움푹 파여있는 씽크홀로 인해 사고가 났다면 보험처리로 선 처리한 뒤 해당 시도 지자체의 구상권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만약 중고차를 구매하게 될 시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개인 직거래가 아닌 정식 딜러 판매자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나 ‘자동차365’ 홈페이지에서도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계약서 작성 시 침수 사실을 허위로 알린 뒤 침수 사실이 밝혀지면 배상하도록 하는 특약사항을 넣어두면 더욱 확실해진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장마는 자연재해로, 사전예방이 최선”이라며 “침수 고장으로 정비 시에는 비교 견적과 수리 후 재고장에 대비해 ‘정비내역서’와 ‘영수증’을 보관해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