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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도 놀란 ‘고양이 AI’…농식품부, 역학조사 안간힘


입력 2023.08.03 15:26 수정 2023.08.03 15:29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서울 잇단 확진…25개구서 10마리씩 검사

AI 항원 검출 사료 전국서 3300개 팔렸다

사료 멸균 공정 미이행…전량 회수·폐기 조치

“치명률 10% 적지 않아… 경로 파악해야”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경기 반려마루 여주에서 수의사가 고양이 코와 입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소재 동물보호소 2곳에서 고양이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확진된 사례가 잇따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의 잇딴 조류 독감 감염’ 관련 경고를 냈다.


국내에서 고양이가 AI로 집단 폐사한 것은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다. 방역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

용산구 이어 관악구서 또 나왔다…WHO “인류 위협할 변이 바이러스 우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31일 서울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 AI 확진 사례가 각각 보고됐다.


농식품부는 앞서 감염 고양이가 3마리라고 밝혔으나, 이후 보호소 2곳에서 추가 사례가 나오면서 총 7마리로 늘었다. 지난 2016년 포천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례 이후 7년 만이다.


방역당국은 고양이 AI 감염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 25개 구와 방역지역(10㎞ 내) 내 5개 시·군·구 등에서 길고양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울은 구별로 10마리를 무작위로 검사 중”이라며 “이상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 대상으로 예찰·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유류가 AI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람까지도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WHO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포유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금농장이나 야생조류 활동지가 아닌 서울 도심에서 나온 상황이라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는 야생철새로부터 AI가 감염됐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봤다. 지난 5~6월 4만3000여건의 야생조류 감염여부를 검사했는데, 발생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AI 항원 검출된 사료 전량 폐기…전국 3300여개 회수 조치


회수·폐기 대상 제품 2종 ⓒ농림축산식품부

이와 함께 관악구 동물보호소 사료에서 AI(H5형) 바이러스 항원 일부가 검출돼 당국은 사료를 통한 감염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직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병원성 결과는 2∼3일 뒤 나온다.


해당 사료를 만든 업체는 경기 김포시 소재 ‘네이처스로우’다.


농식품부는 “해당 업체는 지난 5월 25일부터 멸균, 살균 등을 위한 공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반려동물용 사료를 제조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에 경기도는 즉각적으로 해당 사료 제조업체 제품에 대해 제조·판매·공급 중단 및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회수·폐기 대상 제품은 5월 25일부터 전날까지 제조된 토실토실레스토랑 브랜드의 ‘밸런스드 덕’, ‘밸런스드 치킨’ 등 2개 제품이다.


해당 기간 전국에서 212명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서울이 7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67명), 경북(13명), 인천(11명), 경남(9명), 충남(8명), 대구(6명) 등으로 전국에 분포돼 있다.


유통된 제품수량은 150g 낱개 기준으로 3298개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 원료육은 국내산으로 확인됐다. 또 제조공정, 유통과정 등에서도 오염됐을 가능성을 전제 아래 추적조사 중이다.


특히 용산구 보호소에서 해당 사료를 고양이들에게 급여했다는 진술이 나와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체 감염 가능성 낮다…살처분보다 격리 치료 고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경기 반려마루 여주에서 수의사가 고양이 코와 입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고양이를 통해 사람으로 AI가 전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 검출되는 AI H5N1형은 1996년 중국에서 처음 출현한 바이러스로 닭을 포함한 가금류에서 100%에 가까운 폐사율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WHO가 2003년부터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인체 감염 사례는 876건으로 나타났다. 치사율은 50%에 달한다.


국내에서 확산 중인 바이러스 인체 치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5N1형 가운데 아종으로 중국에서 1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10%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없다. 이번 확진된 고양이에서 검출된 H5N1형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된 국내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방역당국은 밀접하게 접촉할 경우 감염·전파 우려가 있으니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 대상으로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치명률 10%는 적은 수치가 아니라 주의 깊게 확산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며 “사람에게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고병원성 AI는 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법령상 모든 개체를 안락사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안락사를 강제하기보다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격리시설에서 별도 치료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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