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도 김성식 감독 데뷔작
'외계+인' 1부, ' 더 문', '비공식작전' 등 흥행 감독들의 참패가 이어지면서 신인 감독들의 약진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은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상업 영화를 대표했던 최동훈, 김용화,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 모두 실패한 건, 달라진 극장 문화에 들어맞을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이 상황 속 타이밍 좋게 나타난 신예 엄태화 감독과 유재선 감독의 활약은 세대교체 갈증을 채워주며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극강의 리얼리티로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서사와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로 평단과 대중에게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9일 개봉 이후 현재 374만명 관객 수로 손익분기점 39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선택됐으며 "인물 군상들의 다양한 욕망을 잘 드러냈고, 주인공 이병헌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했다고 본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 6일 개봉한 유재선 감독의 '잠'은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또 유재선 감독이 '옥자'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감독의 제자라는 것이 알려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제자의 작품을 본 후 "10년 동안 본 공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라고 칭찬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엄태화 감독과 유재선 감독의 공통점은 각각 작품의 장르와 다른 문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신파가 없는 재난 영화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고, '잠'도 몽유병이라는 소재를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군더더기 없이 연출해 내면서 신선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전환점을 맞이해 새로운 감독 세대의 부상과 변화가 이전의 상업 영화 패러다임을 흔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장르로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영화계는 팬데믹을 거치는 3년 동안 관람 문화를 바꿔놨다. 티켓값이 오르고, OTT 플랫폼까지 적극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OTT 글로벌 플랫폼은 수천 억의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다. 또 대한민국은 '유튜브 공화국'이 됐다. 와이즈 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월 평균 사용시간이 971억 분이었다. 이제 영화의 라이벌은 동시기 개봉작이 아닌, '스트리밍 되는 모든 것'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현재 한국 영화가 많이 침체됐지만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보다는 현상을 그대로 바라보고,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내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 새로운 이야기와 감각을 보여줄 인재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추석에도 신인 감독의 데뷔전이 치러진다. '외계+인' 1부, '더 문'으로 쓴 맛을 봤던 CJ엔터테인먼트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김성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들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영화계 새 바람'에 합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