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어진 ‘뉘뉘’의 색채 [D:인디그라운드(16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9.20 15:33  수정 2023.09.20 15:33

각자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이면서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낸다. 그룹(팀)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사실 자신의 색깔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단, 팀워크를 기반으로 팀의 색깔을 찾아가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나와는 다른 사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 편으론 자신의 색깔을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 대부분이 솔로 앨범을 욕심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듀오 뉘뉘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이은혜 역시 그렇다. 무려 10여년을 함께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팀의 색깔을 만들어 왔는데, 최근 멤버였던 김민석이 개인적인 일로 팀을 이탈하면서 이은혜는 뉘뉘로 솔로 활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24일 발매하게 된 첫 정규 앨범 ‘던’(DAWN)은 기존과는 또 다른 이은혜의 더 짙어진 색채로 가득하다.


ⓒ뉘뉘 photo by 이윤서

-원래 가수가 꿈이었나요?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다른 무엇보다도 노래할 때 가장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막연히 실용음악과로 진학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점차 현실을 알면 알게 될수록 제 노래 스타일은 실음과를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포기했어요. 결국 다른 전공으로 대학교에 입학해 무작정 통기타 동아리 오디션을 보았던 게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동아리를 통해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만나 버스킹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 목소리를 알리기 시작했으니까요.


-데뷔 전부터 트위치에서,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먹방, 음악 등의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있다고요?


인터넷 방송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공연장이 사라지고 할 수 있는 활동이 줄어들게 되면서 시작했어요. 현재까지도 꾸준히 온라인 버스킹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요. 시간 되면 방송에도 꼭 놀러 와주세요. 아! 그리고 먹방은, 세상에서 먹는 걸 가장 좋아해서 도저히 뺄 수가 없었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어야 목이 풀리거든요. 하하.


-활동명 ‘뉘뉘’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요?


‘뉘’(Nuit)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밤’이라는 뜻인데요, 사실은 온전히 제 머릿속에서 나온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버스킹을 하면서 활동했던 이름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음원 활동을 하게 되면서 조금 더 저희 음악 고유의 색깔이 드러나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어요. 고민을 하던 중 알고 지내던 인디밴드의 리더분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제가 ‘순우리말 같으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고, 그러면서도 심플한 이름’을 원했는데 잘 만든 것 같지 않나요?(웃음)


-데뷔했을 때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꿈을 이룬 당시는 어땠나요?


INFP인 부끄러움 많은 저에게 온라인 세상은 꽤 큰 도움을 주는 음악적 소통 공간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와 SNS에 자작곡을 처음 올렸을 때 그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었던 프로듀서분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곡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제가 쓴 멜로디와 가사가 누군가에게는 내 하루를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그날 하루의 ‘명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참 빨리 뛰었던 것 같아요.


-데뷔 당시엔 김민석 씨와 팀으로 활동했다가 현재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죠.


버스킹을 시작했던 2014년도부터 시작하면 10년 동안 함께 음악을 해온 거네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 사소한 이야기들로 다툰 적도 있지만, 결국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시너지가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현재는 그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곡 작업이 힘들다고 의사를 표현해주어서 서로의 속도를 응원하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듀오로 활동할 때와 지금, 솔로로 활동에 있어서 음악적으로 달라진 부분도 있을까요?


기존에 듀오로 활동했을 때는, 제가 곡의 멜로디와 가사를 많이 썼다면 전반적인 트랙 메이킹은 그 친구가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뉘뉘의 색깔이 짙어진 것이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늘 있었어요. 이번에 혼자 앨범을 준비하면서부터 신스팝, 알앤비처럼 해보고 싶었던 장르들을 조금 더 결합시켜 뉘뉘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실현가능하게 해주신, 이번 앨범 전반적인 곡 작업에 참여해주신 G-dang님 이 자리를 빌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웃음).


ⓒ뉘뉘 photo by 이윤서

-24일 첫 정규 앨범 ‘던’(DAWN) 발매를 앞두고 있죠.


본래는 EP앨범을 기획하고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더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정규 앨범으로 마음을 다시 먹게 되었습니다. 데뷔한 연도로 치면 벌써 7년차가 되는데 이제는 제 노래들로 엮인 CD가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팬분들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불가능했을 일이라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뿐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첫 정규 앨범을 내놓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작업한 곡들 하나 하나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이라 정규 앨범의 트랙으로 넣기보다는 디지털 싱글로 내는 걸 선호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정규 앨범을 보여드려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작업 비용의 차이가 확실하다 보니, 인디 뮤지션인 저로서는 쉽게 마음먹기 어려운 것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고요(웃음).


-‘던’은 어떤 앨범인가요?


‘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새벽’이라는 뜻으로 알고 계실 텐데요. 이 외에도 ‘밝아오다’ ‘시작되다’라는 동사로 쓰이기도 해요. 홀로서기 이후 처음 준비하는 정규 앨범으로 뉘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앨범명을 ‘던’으로 지었습니다. 제가 새벽을 무척이나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타이틀곡으로 ‘우린 그럴거야’ ‘너의 하루’ 두 곡을 내세웠네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하나라도 더 타이틀곡으로 세워서 대중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수록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아끼는 노래들이 많아서 타이틀의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요.


-타이틀곡 두 곡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우린 그럴거야’는 청량하고 시원한 시티팝 사운드의 곡이에요. 답답한 일상을 잠시 잊고 벗어나기를 바라는 여름 색채가 강한 노래입니다. 한여름과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7월 정규 앨범 선공개곡으로 발매를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너의 하루’는 기존 뉘뉘의 곡 색깔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어쿠스틱 기반의 소소하지만 깊이가 있는 곡이에요. 소중한 사람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소소한 마음을 담은 노래입니다.


-정규 앨범을 작업하면서 곡을 추리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번 앨범은 뉘뉘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도전해보지 못했던 색깔이 많이 드러나 있을 거예요. 그렇다보니 기존에 써놓았던 자작곡들보다는 곡의 장르에 맞춰 새롭게 쓴 노래들의 비중이 조금 더 많고요. 예전에 썼던 노래들도 언제나 애정이 있기에 나중에 어쿠스틱한 구성의 곡들을 따로 모아 소곡집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기존 곡들 중에선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그럴 때마다’와 ‘섬서머’(Somesummer)를 수록했고, 발매한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많은 분들이 가사에 공감해주시는 ‘그만 생각해’를 한층 더 성장한 시점인 지금에서 다시 불러보고 싶어 편곡된 버전으로 작업해보았습니다.


-앨범 작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각 수록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다양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본래 각각의 곡이 일맥상통하는 결을 만들어 하나의 주제 또는 무드를 가지고 통일감을 주는 것이 제 취향에는 조금 더 가깝지만, 이번에는 오래 걸린 만큼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았기에 노래 한 곡 한 곡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 다채로운 구성이 되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록곡 중 가장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웃음). 그만큼 모든 곡을 작업하는 순간마다 정말 몰입했고 작은 부분까지도 아쉬운 부분이 없을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요청해 나오게 된 곡들입니다. 그럼에도 100% 만족하기는 어렵지만요.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힘들었던 부분도 있을까요?


전반적인 과정은 늘 즐겁고 설렜어요. 다만 정규 앨범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단기간 내에 여러 곡을 동시에 작업하려다 보니 체력적인 이슈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작업하는 기간을 거친 후 저는 자정에 첫 끼를 먹고, 정오가 되어서야 잠드는 완벽한 올빼미가 되었답니다(웃음). 또 회사가 없이 모든 부분을 스스로 투자하고 진행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많더라고요.


ⓒ뉘뉘 제공 photo by 이윤서

-이 앨범을 통해 어떤 평을 받고 싶으세요?


‘이런 분위기의 노래도 나올 수 있구나’ ‘그럼 이런 느낌도 가능할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넣지 못한 제 생각들, 넣지 못한 목소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 첫 정규 앨범이, 훗날 뉘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눈물이 맺히기도 할 것 같아요. 첫 정규 앨범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작업 기간 동안 정말 많은 마음을 쏟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새로이 계속해나가겠지만, 처음이란 것은 언제나 조그마한 의미가 있으니까요.


-앨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있나요?


정규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로 많은 곡을 발매하고 싶습니다. 기존 디지털 싱글만 발매해왔던 틀에서 벗어나 듀엣곡만으로 구성된 앨범, 어쿠스틱 기반의 EP앨범 등 다양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면서 더 짙은 뉘뉘만의 감성을 찾아 나가고 싶어요.


-쇼케이스도 앞두고 있죠?


작년 여름에 진행된 단독 공연 이후 1년이 살짝 지나서 정말 설레고 떨려요. 소중한 시간을 내서 보러 와주시는 자리인 만큼 그저 그 순간의 소중한 추억을 남겨드리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즐기면서 할 예정입니다.


-어떤 무대를 보여주게 될지도 궁금한데요. 살짝 귀띔해주세요.


기존 보컬과 기타로 구성되었던 팀 형식에서 솔로로 전향한 만큼 이번 공연에서는 풀밴드 세션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공연 콘셉트는 ‘이 중에 하나는 네 취향이 있겠지, 근데 사실 다 괜찮지?’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웃음).


-최근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충분히 미친 듯이 노력했나’라는 의문이 들어 그 고민은 재빨리 접어버립니다. 하하. 아직 저는 지금보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나오거든요. 지금이 스스로 탄력을 받는 시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지치지 않을 수 있게 조금의 응원만 주신다면 그 배에 달하는 노력으로 저는 또 달려나갈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활동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지, 또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도 말씀해주세요.


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라고 하면 이상할까요(웃음)? 저도 제가 앞으로 어떤 음악들을 들려드리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더욱 기대되고 궁금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그저 누군가에게 행복, 휴식, 설렘, 위로, 때로는 눈물이 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길 바랍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내 곁에 늘 있는 편안한 노래,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제 노래로 인해 행복해지고, 그 행복으로 인해 저도 행복해지고. 결론은 행복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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