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천조국-4] “형 잡는 아우”…SK온, 공격적 투자로 성장세는 ‘독보적’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10.19 06:00  수정 2023.10.19 08:32

SK온, ‘추격자’에서 무시무시한 존재로

‘막강한 자금력 갖춘’ 엄마 덕분에 급성장

“더 이상 추격은 없다”…제품군 다각화 ‘속도’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전기차 시대 개막과 함께 배터리가 '산업의 쌀'로 떠오르면서 오랜 기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기술력을 축적해 온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1000조원’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배터리 산업은 더 이상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성장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선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업계에서의 지위,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배터리 업계 막내 SK온. ‘추격자’였던 SK온은 어느 순간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SK온은 누구도 무시 못할 성장세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및 포드와의 끈끈한 협력을 시작으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섭렵하며 고객사 다각화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후발주자’라는 딱지가 아직 완전히 떼진 것은 아니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공격적인 미래 투자로 향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쟁쟁한 경쟁자로 완벽히 자리 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


현재 기술력은 어느 정도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은 상태다.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로 크게 확대한 생산능력(CAPA) 또한 경쟁사들에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매출은 출범 이후 6분기 연속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의 분기 매출액은 지난 2021년 4분기 1조 665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조 6961억원까지 3.5배 상승했다.


역사가 짧은 SK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연혁은 경쟁사들 보다는 덜 장황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소형전지부터 시작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SK온은 시작부터 ‘전기차 배터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소형전지에서부터 기술력을 쌓아온 경쟁사들과 달리 SK에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더욱더 ‘맨 땅에 헤딩’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SK가 배터리 사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시기는 꽤 오래 전부터였다. 선경그룹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가 사명을 ‘유공’으로 바꾸던 해. 1982년도부터다. 당시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했다.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1996년이다. 당시 SK는 그동안의 사업에서 축적된 자기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에 참여한다는 방침 아래 사업개발팀을 새로 구성하고 배터리 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이후 1998년 휴대폰, 노트북, PC, 캠코더 등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5년이다. 계열사로부터 배터리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2005년 12월 1일, SKC의 리튬폴리머(LiPB) 사업부가 물적분할한 SK모바일에너지(SKME)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600억원을 출자해 90% 내외의 지분을 확보하고, 월 200만 셀 규모의 리튬폴리머 설비를 신규로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놀랍게도 사업을 본격화한 지 1년 만에 SK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손에 쥐었다. 이어 2009년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인 미쓰비시 후소에 전기차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급하게 된다. 1982년 최종현 선대 회장의 종합에너지기업 비전 아래 27년 만에 이룬 전기차 배터리 첫 수출이었다. SK는 이를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한층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는 물론 일본 배터리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일궈낸 쾌거였다”며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로 앞서가던 많은 일본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일본 자동차 회사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에 대해 국내 업계는 물론 세계시장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10년 현대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그 해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전기차 현대차의 ‘블루온(Blue on)’에 SK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당시 블루온 프로젝트 배터리cell 개발을 담당한 김규식 SK이노베이션 수석연구원은 “현대차도 순수 전기차 개발을 처음으로 진행해 배터리를 비롯한 모든 부품을 새로 개발해야 했었다”며 “새로운 부품이었던 만큼 발생되는 모든 현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철처하게 분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1년 메르데스 벤츠 자회사 ‘메르세데스-AMG’, 2014년 기아, 2016년 벤츠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며 막내의 무서운 질주가 시작됐다.


SK온의 배터리 기술력 또한 그 어느 곳보다 발 빠른 진화를 보였다. 지난 2012년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을 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이보다 더 진화한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2018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NCM9 1/2 1/2(구반반)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개발에도 성공하며 거듭된 혁신을 이어갔다.


SK온 출범 2년 인포그래픽 ⓒSK온
‘든든한 엄마 품’에서 무럭무럭 자란 ‘엄친아’

SK온이 선두주자들 못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은 무엇보다 ‘화수분’ 같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SK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아낌없이 이뤄지는 지원은 SK온을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온은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외 공장 투자에만 총 14조5719억원을 투입했다.


투자 속도는 스타트부터 어마어마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입한 지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2015년 7년월 충남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설비를 기존 연산 1만 5000대에서 3만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어 8개월 뒤인 2016년 다시금 2차 증설에 나섰다. 생산설비를 다시 3만대에서 4만대분 수준으로 늘리기 위함이다.


이어 그해 6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리튬이온 분리막(LiBS)’ 증평공장, 11월 서산공장 3차 증설을 단행한다. 서산공장 증설의 경우 2018년 연간 7만대분 확대를 목표로 2200억원이 투입됐다. SK는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가 계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투자 스케일은 더욱 커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양사는 ‘블루오벌SK’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총 10조 2000억원 규모의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반영된 SK의 자금은 당시 5조1000억원(44억5000달러)였다. 이와 함께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 2공장 설립을 위한 3조원 투자도 단행했으며, 향후 시장 확대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단 의지를 알렸다.


SK온의 과감한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에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국내 투자에 나섰다.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충남 서산시에 배터리 3공장을 설립하기로한 것이다. 서산 3공장은 현대차가 울산에 새로 짓는 전기차 공장과 협력하는 주요 기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배터리 2023' SK온 부스에 전시된 LFP배터리 ⓒSK온
“이제는 우리가 먼저”…제품군 다양화 드라이브 걸었다

전기차 배터리는 늦게 출발했을지 몰라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SK온의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빠르다. 파우치형 배터리에만 집중한 SK온은 기술 역량을 제대로 다지고, 각형, 리튬·인산·철(LFP)배터리 그리고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두루 섭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 확장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및 글로벌 품질관리센터(G-VC, Global Validation Center)를 신설하기로 했다.


각형, LFP배터리의 기술 개발은 이미 마친 상태며, 고객사가 확보될 경우 바로 양산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3사(BMW·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가 각형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고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들과 의미있는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도 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도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다. 양산 시점 목표는 2028년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오랜 기간 준비한 삼성SDI 다음으로 목표 시기를 이르게 잡았다.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2030년)보다 한 걸음 빠르다.


SK온 관계자는 “지난 2년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개발 및 원천기술 확보, 포트폴리오 다각화, 고객사 확보 등에 전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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