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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올려도, 버텨도 걱정” [무너진 식탁②]


입력 2023.11.10 07:05 수정 2023.11.10 07:05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1만원 미만 메뉴는 김밥, 자장면 등 4개뿐

술값에 음식가격 상승분 전가

서울 시내 먹자골목에 위치한 식당에서 관계자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가격을 올리자니 매출이 떨어지고, 버티자니 남는 게 없고 이래저래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추석이 지난 직후 메뉴 찌개류, 제육볶음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식재료 공급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인데 가격 인상 이후 지난 한 달 손님이 전달 보다 줄면서 다시 고민이 깊어졌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를 마주하는 외식업계도 난감한 상황이다.


작년에 비해 훌쩍 뛴 채소를 비롯해 각종 가공식품 등도 일제히 가격이 오른 가운데 가격 조정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매출 감소와 부정적인 여론 등을 생각하자니 쉽게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작변 하반기부터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미 외식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반 가공식품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다 보니 국제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버틸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있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외식업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기간 동안 빌려놓은 대출 만기까지 겹치면서 재무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됐다.


여기에 식재료값 외에도 임대료와 인건비 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외식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2022년 5.9%로 고공행진 중이다. 이 상황대로라면 올해도 5%를 넘게 되는데 3년 연속 5%를 넘긴 것은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통계를 보면 대표적인 외식 메뉴 8개 중 서울 기준 1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김밥(3215원), 자장면(6992원), 김치찌개백반(7846원), 칼국수(8962원) 등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비빔밥(1만423원), 냉면(1만1231원), 삼계탕(1만6846원), 삼겹살(1만9150원) 등은 모두 1만원이 넘었다.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외식물가에 대한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가격 인상에 대해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을 올리면 단골손님마저 떠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추석 지나고 거의 2년 만에 가격을 올렸는데 확실이 전보다는 손님이 줄었다”면서 “단골손님 비중이 높은데 가격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만큼 식재료나 인건비 같은 안팎의 비용이 모두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외식 가격의 경우 식재료 등 제반 비용 상승 후 몇 달이 지난 시점에야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먹거리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가격 인상에 대한 부정 여론이 큰 만큼 직접적인 가격 인상 보다는 최근 가격 인상을 결정한 술 가격에 이를 전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가격을 인상한 카스에 이어 이달 9일부터는 참이슬과 켈리 등도 가격을 올렸다. 보통 출고가격이 오르면 식당, 주점에서는 1000원씩 오르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는데 이를 이용해 가격 인상분을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음식 보다는 주류 판매를 통한 마진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음식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술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술 가격을 올리면 주류 판매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음식 가격이 비싸서 아예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는 식재료나 물가 상승에 비례해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채솟값이 무서워…올해 김장은 포기”[무너진 식탁③]>에서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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