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총리 사퇴 요구 안 받아들여지자 교도소 습격"
대통령이 암살되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아이티에서 수천명의 교도소 수감자들이 한꺼번에 탈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이티의 한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국립 교도소를 습격해 3800여명의 재소자가 탈옥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아이티 정부는 이날 탈옥수들에 대한 진압 작전을 시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이티 시민들은 이날부터 6일까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사이의 통행이 금지된다.
아이티 경찰 측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갱단의 공격이 더 일어나면 아이티의 치안은 끝난다”며 “아이티에 사는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현재 교도소에는 수감자 99명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이 일어나 30만명이 숨지고 180만명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후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나라의 경제와 치안은 완전히 무너졌다. 2021년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사저에서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암살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아이티에는 무장갱단 100여개 난립해 경찰 당국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세력이 강한 9개의 갱단은 ‘G9’이라는 이름의 연합 세력을 구축하고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등 아이티 내에서 영향력을 상당히 키웠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도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던 G9이 원하는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G9은 군과 경찰에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하는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체포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앙리 총리가 케냐에 경찰 인력을 부탁하러 간 사이 G9이 교도소를 습격했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