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완화·현금지원금 지급
총선 앞두고 막대한 공약 발표
기재부, ‘건전재정 기조’ 강조
韓 부가세 인하, “검토할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세종시 한누리대로 일대에서 류제화(세종시갑) 후보, 이준배(세종시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부가가치세 완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의 수많은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재정당국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약은 현 정부 기조인 건전 재정 유지보다 재정 부담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넉넉지 않은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입장은 난처해진 모양새다.
2일 기재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총선 전 쏟아지는 공약 과제 들을 한정된 재정 상황 속에서 잘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선 이후 기재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마주한 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서로 ‘파격 공약’을 내걸고 맞붙고 있다. 저출생 대책, 서민·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현금성 지원과 감세 공약을 내걸었다.
먼저 국민의힘은 ‘5세부터 무상교육’ 공약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내년 5세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대상을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무상보육이 만 0~2세에게만 이뤄지고 있다.
또 세 자녀 이상 가구는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저출생 관련 정책 대부분의 소득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자녀 기준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태권도장, 미술·피아노·줄넘기 학원 등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가공식품 부가세 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물가 불안은 내수침체로 이어져 경제 흐름 전반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소상공인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공약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 앞에서 남영희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도 경제 위기 해소 방책 등 민심을 겨냥한 공약을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지급했던 지역화폐와 비슷한 형식이다.
전 경제부총리 추경호 국민의힘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은 이 공약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규모는 13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기준과 한도를 상향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근로소득자 본인의 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한 세제혜택(연 200만원·15%)과 자녀의 예체능 교육비와 통신비에도 세액공제를 주는 세제 지원 공약도 내놨다.
이들 공약은 모두 예산을 동원하거나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여야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발표하고 내년 예산을 8월 말까지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범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관리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야 공약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를 국내총생산 대비 3.9%, 내년 2.9%로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총선용 공약을 반영하게 되면 2022년(5.4%)과 지난해(3.9%)에 이어 3년 연속으로 3% 이내 적자 폭을 지키기 어렵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재부는 총선 이후 이어질 5월 재정전략회의와 7월 세제개편안 발표, 내년 예산안 등을 통해 총선 과정 등에서 나온 정책 소요를 반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며 “재원 범위 안에서 어떤 게 효과적인지는 나중에 모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부가세 인하 공약에 대해서는 “검토 요청을 했으니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선 공약에 대한 우선순위 선별은 국자재정전략회의에서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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