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정체되나”…TDF 성장률 부진에 우려 확산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4.08 15:52  수정 2024.04.08 15:55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효과 미미…시장 기대치 못미쳐

과거 수익률 급락 사례 영향…높은 수수료에 부담 가중

제도적 보완 필요…“정책 한계 및 미흡 효과 개선해야”

ⓒ픽사베이

대표적인 노후 대비 투자처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도입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TDF의 저조한 성장세가 지속되자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8일 펀드정보 제공업체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TDF의 설정액(수탁고)은 9조2426억원으로 집계됐다.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 7월(8조3652억원)과 비교하면 10.5%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2.5%(2094억원) 상승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개선되고는 있지만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또 다른 투자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ETF는 같은 기간(23.7.12~24.3.29) 시장 규모가 100조8539억원에서 139조5350억원으로 약 38.4%나 급성장했다.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았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적은데 퇴직연금이 방치되지 않고 수익률을 만들 수 있도록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의 본격 시행 당시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중 TDF의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이 80% 이상인 만큼 TDF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맴돌았다. 디폴트옵션이 의무화됨에 따라 TDF로의 자금 유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TDF의 성장은 미미한 실정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 2022년 발생한 수익률 악화가 꼽힌다.


앞서 지난 2021~2022년 이뤄진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투심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TDF 수익률도 지난 2021년 11.2%에서 2022년 마이너스(-) 15.4%로 급락했다.


그동안 TDF는 낮은 변동성과 높은 수익률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연금 및 장기투자에 제격인 상품으로 소개됐으나 단기간 내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투심 위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TF와 같은 인기 투자 상품이 등장한 영향도 크다. ETF는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자 상품간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수수료(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총 보수가 0.01% 수준까지 내려간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면 TDF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TDF의 총 보수율은 0.61%로 ETF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10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타 투자상품 대비 수수료 측면에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투자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디폴트옵션의 미흡한 효과 및 한계로 TDF의 성장이 유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폴트옵션이 시행된 이후 TDF 시장이 급성장한 미국의 제도와 비교하면 필요성은 더더욱 커진다.


실제로 미국은 국내와 달리 회사가 추가적으로 연금을 납입해주는 ‘매칭 플랜’이 작용해 투자자가 체감하는 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운용 과정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차덕영 한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사업본부장은 “미국은 수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구조가 마련돼 있으나 국내에는 매칭 플랜이 없어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라며 “정부가 제도적인 부분을 고민해줄 필요가 있고 이후 운용 과정에서 운용사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힘써줘야 의미 있는 퇴직연금 투자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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