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했어요.”
2019년 사모펀드 사태를 취재할 당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모두 이 말로 시작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이 한 문장이 또 다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연히 첫 단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현재 금융권은 한 차례 강하게 휘몰아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손실과 관련해 일부 투자자들과 협의를 마치고 배상금 지급에 들어갔다.
다만 애석하게도 이 기준안은 홍콩 ELS 사태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업계와 피해자 양쪽 모두 고개를 젓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 투자자들의 억울함은 오히려 더 짙어지고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집회를 이어가며 금융당국에 배상안 철회와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배상안이 투자자를 제외한 은행과 당국의 합의로만 이뤄졌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액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는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을 믿었다'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은행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며 배상안에 불만을 드러냈어도,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선 명명백백 소명해야 한다.
문제는 금융당국도 사태의 당사자란 점이다. 현재 홍콩 ELS 사태의 모든 책임이 마치 은행의 탓인 냥 화살이 쏠리고 있지만, 금융사에 대한 감독·감시 권한을 쥔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실제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제정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으로 그간 관행처럼 이어오던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금소법은 이번 홍콩 ELS 사태를 막지 못했고, 금융당국은 팔장을 끼고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1월 ELS 판매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배상안을 내놓았지만 앞서 말한대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내부에선 총선을 앞두고 당국이 성급하게 일처리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도 총선 이후 자신들이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가 여러 의견과 입장에 얽히고 섥혀 얼렁뚱땅 넘어가고, 다음에도 똑같은 사태가 발생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은행은 배상으로 책임지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탓하며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럼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도록 내버려둔 금융당국은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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