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속 쌓이는데…은행 '위기 대응' 충당금 올해 '반토막'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8.13 06:00  수정 2024.08.13 06:00

4대銀 전입액 전년比 49.7%↓

작년만 4조 적립 여유 있지만

계속되는 리스크 확산에 '촉각'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국내 4대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규모가 올해 들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4조원이 넘는 돈을 적립해 둔 만큼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여파에 올해 들어서도 부실채권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1조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줄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136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8.0% 감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1507억원으로, 국민은행은 3493억원으로 각각 67.5%와 54.5%씩 해당 액수가 줄었다. 우리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도 3674억원으로 16.5% 감소했다.


4대 은행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충분히 대비를 해놨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조322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50.5% 급증한 금액이다.


문제는 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이 여전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을 향한 충당급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4대 은행이 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조893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7%나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이처럼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건 고금리의 악영향 때문이다.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 비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적립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확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각 은행이 충당금 산정에 활용하는 자체 시나리오의 적정성도 검증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각자의 예상손실 전망 모형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손실을 추정,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예상손실 전망 모형에 따른 충당금 적립의 적정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예상되는 손실을 은행이 적절히 측정했는지 등을 확인해 개선 요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 은행권의 여신 건전성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면서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누적돼 있는 탓에 충당금 부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