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한시장 심도↓ 대외경제 민감도↑…외환시장개입·통화정책 필요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4.08.13 14:42  수정 2024.08.13 14:44

팬데믹 당시 선진국·신흥국 실질 GDP 성장률 역성장

반면 정책 여력 격차↑…'민간자금 조달' 능력 차이 커

한국 선진국 대열이나…큰 대외충격 파급 효과 가능성

“비슷한 국가 모니터링…통화정책 등 비교 분석 필요”

세계 주요국 실질 GDP 성장률 추이. ⓒ대외경제정책연구

외환시장 선진화·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진전되면 대외요인에 대한 우리나라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은 외환시장 심도가 깊지 않고 대외경제 민감도가 높은 만큼, 통화정책, 외환시장개입 등 혼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팬데믹 당시 선진국·신흥국 모두 ‘역성장’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대외충격의 자본유출입 효과와 경기안정화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선진국이 역성장을 기록하고 신흥국은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2020년 팬데믹 위기에선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팬데믹 위기 당시 세계경제는 실질경제성장률 기준 –2.8% 역성장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0.1% 역성장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다.


2008년 위기 때와 달리 2020년 위기에서는 중국과 인도 경기는 회복이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2009년 9.4%, 2010년 10.6% 높은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인도도 2009년 8.5%, 2010년 10.3% 실질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 위기에선 이동제한, 공장 가동 중지, 시설 격리 등 봉쇄조치로 중국은 2.2%, 인도는 –5.8%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선진국 실질경제성장률도 약 –4%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의 국채 수익률과 미국의 양적완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민간자금 조달’ 능력 여부로 선진국·신흥국 간 정책 여력 격차는 심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실질경제성장률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정책 여력 격차는 심화했다.


펜데믹 시기인 2020년 1월 초 대비 4월 말 세계 주요 선진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대체로 하락했다. 미국, 일본, 스위스, 유로존 명목실효환율이 절상됐는데 미국은 해당 그룹 국가들과 비교해 통화절상 국채 수익률 하락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신흥국 가운데 국채 수익률이 가장 크게 상승한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120bp 이상 증가했고 통화가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2020년 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실행한 선진국은 재정적자가 심화된 반면 신흥국에서는 중앙은행에 의한 국채 매입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전국에 비해 신흥국에서는 양적완화를 정책수단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위험회피 충격이 발생하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한다. 양적완화에 의해 미 국채 공급이 급격히 증가해도 국채 수익률은 크게 상승하지 않으며 달러화 가치는 상승한다.


신흥국은 위기국면 시 디폴트 위험으로 인해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국채 수익률이 높게 형성돼 국채 발행이 어렵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국채 공급량을 흡수한다면 통화량 증가로 인해 자국 통화가치가 더욱 폭락하고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대외연 측은 봤다.


국차 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려 총수요를 진작하면 경기침체 폭을 안정화할 수 있으나, 국채 초과 공급으로 인해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금리가 따라올라 신용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국채발행을 통한 정부지출이 지속 가능하려면 공급된 국채가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수요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 흡수돼야 한다. 선진국과 신흥국 정책 여력 차이가 정부 민간자금조달 능력에서 기인하는 셈이다.


“금융 국제화 진전되면 대외충격 파급 효과 커질 것…대비 필요”


우리나라도 국고채 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해 국고채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정책 여력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정부국채에 대한 해외수요 수준과 통화가치 변화 방향성에 있다.


대외연은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외환시장 심도가 얕고 금융시장이 대외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확실성 충격 전이효과를 무역거래, 자본거래, 산업구조, 통화 정책 등 다양한 경로에서 비교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핀테크, 디지털 금융에 의한 금융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자본거래를 통한 대외충격 파급 효과가 향후 커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국가들로부터 대외충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대외연 측은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심도가 깊다고 볼 수 없으므로 통화 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자본이동 관리조치 등 적절한 조합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심도가 얕은 신흥국은 통화 정책과 외환시장개입 정책 혼합이 경기안정화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및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진전되면 대외요인에 대한 우리나라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 외환시장 및 금융시장 깊이와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최적정책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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