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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대책에 전세사기특별법까지…과부하 걸린 LH, 재무구조 ‘빨간불’


입력 2024.08.23 06:07 수정 2024.08.23 06:0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LH 통해 주택공급 늘리고 전세사기 피해지원까지

이미 부채비율 200%대…경기 부진에 수익창구도 막혀

“LH 업무 과부하…규제 풀어 민간과 역할 분담해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장기간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DB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장기간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부터 LH는 경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고, 그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 주거 지원에 나서게 된다.


앞서 정부가 8·8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지원 업무까지 본격화하면 LH의 재무건전성은 더 악화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여야 합의를 거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하위 법령 개정을 거쳐 공포 2개월 뒤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 피해자에게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0년 거주 후에도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원하면 공공임대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 더 살 수 있어 최장 20년간 거주가 가능한 셈이다.


공공임대주택 거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는 LH로부터 전세임대를 지원받거나 경매차익을 받고 퇴거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전세사기로 인정된 피해자는 총 2만949명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5월까지 피해자가 3만6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피해자 인정 범위가 확대된 만큼 특별법이 시행되면 실제 피해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억원이던 피해자 인정 보증금 한도는 5억원으로 올랐고, 피해자지원위원회에서 2억원을 추가 인정할 수 있어 최대 7억원 구간의 세입자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8·8대책 이어 전세사기특별법 통과 ‘목전’…LH 역할론 부각
이한준 사장 “주거안정 위해 적자 감수” 강조
정책 실효성 거두려면…정부 재정지원 불가피


국토부는 피해자를 3만6000명으로 가정할 때 LH의 피해주택 매입 비용으로 4조2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금액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LH 등 공공을 통한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축매입 물량을 늘리고 비아파트는 11만가구가량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22조원을 들여 공공택지 미분양 물량도 사들인다. 3조원을 투입해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도 지원한다.


이미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 LH에 8·8대책에 따른 공급물량 확대 및 전세사기 피해지원 업무까지 더해지면 LH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겠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LH의 자체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LH의 부채비율은 218.3%, 부채 규모는 152조8473억원에 이른다. LH의 중장기(2024~2028년)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2028년에는 부채규모가 236조1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38%로 늘어날 전망이다. LH는 당초 2027년 부채비율 목표치를 208%로 잡았는데, 이보다 30%포인트 더 높게 잡은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부채비율 증가를 우려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민간이 투자를 기피할 때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늘어나더라도 공적 역할을 다해 국민 주거안정에 기여해야 하는 게 공기업의 역할”이라며 적자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LH의 자체 수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단 점이다. LH의 주 수익창구 역할을 하던 토지판매 실적은 대폭 줄었고, 수익성 악화로 민간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공동주택 용지에 대한 분양대금 연체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실질적으로 LH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외부 차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LH가 보유한 재원이나 인력 등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추가되는 업무가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확대하려면 정부에 재정 지원을 계속해서 요청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의, 다주택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막히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LH에 업무를 떠넘기는 모양새가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목표한 매입임대 물량을 소화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전세사기 문제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미래에 짊어질 부담까지 감안하면 LH에 대한 과도한 역할을 줄이기 위해 민간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큰 틀에서 보면 LH가 이런 사업들을 담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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