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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빚 줄인다…높아진 금리에 '거리두기'


입력 2024.08.27 06:00 수정 2024.08.27 11:0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차입금 올해만 5조5000억 감소

대출 더 받으려는 가계 수요와 대조적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들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외부에서 빌린 돈이 올해 들어서만 5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는 최근 들어 은행 대출을 더 받고 있는 반면, 정작 은행은 빚 감축에 나서며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조만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란 기대에 개인의 대출 수요는 확대되고 있지만, 은행권은 아직은 높은 이자율이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원화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평균 잔액 기준 37조95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8%(5조5661억원) 감소했다.


차입금이 줄었다는 건 회사가 외부 수혈 자금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우리은행의 차입금이 7조424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1%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8조3024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0조4000억원으로 각각 6.5%와 24.9%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신한은행의 차입금도 11조8253억원으로 5.6%나 줄었다.


4대 은행 원화차입금 평균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런 움직임은 가계와 완전히 대비된다. 가계가 은행에서 받아 간 대출은 최근 들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올해 3월 1조7000억원 감소를 기록하며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 들어 5조원 증가로 반등한 뒤 넉 달째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빚 확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88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가계가 이처럼 대출을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한 동안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의 반등의 영향도 자리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담겨 있다. 미국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앞으로 대출 이자율도 지금보단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달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차입을 줄이고 있는 이유는 당장 높은 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예측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판단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평균 잔액 기준으로 4대 은행이 원화차입금을 조달하며 부담한 금리는 2.55%로 지난해보다 0.24%포인트(p) 높아졌다. 우선 신한은행의 원화차입금 조달 금리가 2.72%로 같은 기간 대비 0.26%p 올랐다. 우리은행도 2.63%로, 하나은행은 2.48%로 각각 0.13%p와 0.24%p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원화차입금 조달 금리도 2.36%로 0.32%p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 금리도 전반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 된 점과 정책적 변수 등 불확실성 요인이 있는 만큼 섣불리 대출을 늘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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