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호금융 끝으로 금융지주만 남아
가계부채·PF연착륙·밸류업 역할 강조
'부당대출 책임론' 임종룡 회장 등장할까
취임 한 달을 맞이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장의 의견 청취와 함께 주요 현안인 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 강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날 일곱 번째 일정으로 상호금융업권까지 진행한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만 남겨 놓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는 무엇보다 지속해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강화가 언급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로 책임론이 제기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등장하는 자리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열린 상호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해 “상호금융권이 외형 성장에만 치중해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느슨한 규제를 다른 업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상호금융권 자산규모가 1033조원으로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자금 운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권 건전성 회복 및 규제 체계 정비 필요성을 언급하며,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마련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6개월 내로 조속히 완료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을 시작으로 여신전문금융사, 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CEO들과 차례로 회동했다. 연이은 간담회에서 그는 금융사들이 티몬-위메프 사태를 극복하는데 지원을 해주고, 가계부채 문제와 차질 없는 PF연착륙 정리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최대 리스크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달라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일에 맞춰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적용하는 특단의 조치를 공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금융권 참여를 독려했다.
이제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만남만 남았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 회장단과 가장 먼저 상견례를 해왔지만, 당초 예정됐던 11일이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과 겹치면서 추석 연휴 뒤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건으로 현 경영진의 책임을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위에서도 금융지주와의 회동 일정을 서둘러 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경영진이 올해 3월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연루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늑장 보고 했다며,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임 회장과 조 행장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금융이 최근 발표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대해서도 당국과의 사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전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을 직접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금융사 M&A는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 소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양 수장들이 금융지주를 대하는 온도 차가 엿보이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면 근본적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효성 높은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권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지난 7월 시행됐으나 6개월 유예기간이 부여돼 은행의 경우 올해 말까지만 책무구조도를 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조기 안착을 위해 내달 말 시범기간까지 책무구조도를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